오죽烏竹 / 洪 海 里
빈 가슴속 천년 세월을 담아 노래의 집을 엮네
마디마디 시커멓게 멍이 들고 온몸이 까맣게 타도
귀 靑靑히 열고 푸르게 푸르게 서는
초겨울 대밭의 피리 소리여!
(『불교문예』, 2003년 봄호)
흰 모란이 피었다기 / 洪 海 里
모란이 피었다는 운수재韻壽齋 주인의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갔더니 금방 구름처럼 지고 말 마당가득흰구름꽃나무숲 저 영화를 어쩌나 함박만한 웃음을 달고 서 있는 저 여인 한세상이 다 네게 있구나 5월은 환하게 깊어가고 은빛으로 빛나는 저 소멸도 덧없이 아름답다
|
홍시 / 洪 海 里
밤마다 철썩철썩 파도 소리에 섬마을 가시버시 금슬이 좋아
바다 위에 노는 달 물속 달 안고
물결따라 일렁이다 흐물히 젖어
단내 나는 붉은 해 금방 밀어 올리겠네
홍시 한 알, 뚝! 떨어지겠네.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 洪 海 里
뚝!
|
나팔꽃 / 洪 海 里 - 牽牛의 詩
마음이 물이라서 아니 불이라서 뛰는 심장으로 이왕에 내친걸음 갈 데까지 가는 거야 만날 기약 한 달 넘어 남았지만 검정소 한 마리 고삐 잡고 織女 찾아 하늘 오를 때 아침 이슬에 젖어 그립다 그립다는 말 대신 터뜨리는 선홍빛 팡파르! |
//
♧ 자란紫蘭 - 洪 海 里
너를 보면
숨이 멎는다
가슴속으로 타는
불꽃의 교태
심장을 다 짜서
혓바닥으로 핥고
하늘에 뿜어 올렸다
다시 초록으로 씻어
피우는 고운 불꽃
너를 보면
숨이 멎는다
현기증이 인다.
|
모란이 피면 꾀꼬리 운다 / 洪 海 里
해 뜨기 전 뒷산에서 꾀꼬리가 울더니 운수재 뜰 하얗게 벙근 모란꽃 속에 벌써 신방을 꾸몄는지 금빛으로 도는 소문 '부귀 영화 필요 없다'고 '너만 있으면 된다'고 파르르 떨던 꽃이파리 뚜욱, 뚝, 지고 또 지고 눈물이 날 듯 눈물이 날 듯 5월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초록빛 속으로.
(『牛耳詩』2006. 6월호) |
| |
출처 :김춘강갤러리 원문보기▶ 글쓴이 : 春剛(金永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