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집『봄, 벼락치다』(2006)에서 · 1

洪 海 里 2009. 10. 29. 05:03

 

 洪海里 시인  

   시집 『봄, 벼락치다』(2006) 에서

 

alone in the dark

 

 

을 품다 / 홍해리

뒷산의 깊은 침묵이 겨우내 매화나무로 흘러들어 쌓여서


오늘 가지마다 꽃을 달았다, 生生하다


매화나무 주변에 어리는 향긋한 그늘---,


그 자리 마음을 벗어 놓고 눈을 감으면


학이 날고 있다, 수천 수만 마리의 군무가 향그러운 봄날!

 

happy days are you out there 'Major Tom'

 

꽃다지꽃 / 홍해리


꽃에서 꽃으로 가는 완행열차
나른한 봄날의 기적을 울리며 도착하고 있다
연초록 보드란 외투를 걸친 쬐그마한 계집애
샛노랗게 웃고 있는 앙증맞은 몸뚱어리
누가 천불나게 기다린다고
누가 저를 못 본다고
포한할까 봐 숨막히게 달려와서
얼음 녹아 흐르는 투명한 물소리에, 겨우내내
염장했던 그리움을 죄다 녹여, 산득산득
풀어 놓지만 애먼 것만 잡는 건 아닌지
나무들은 아직도 생각이 깊어 움쩍 않고
홀로 울고 있는 초등학교 풍금소리 가득 싣고
바글바글 끓고 있는 첫사랑,
꽃다지꽃.

 

solitude on

 

목쉰 봄 / 홍해리

찔레꽃 하얀 궁전 좁은 가슴속
꿈은 어찌 그리도 깊었던 걸까
죄받을 일 있는가 걱정이구나
햇볕이 너무 좋아 가슴 젖는 날
네 이름을 부른다 목이 쉬도록
수줍어 창백하던 여린 누이야!

 

sunrise amongst the roses, for my dear friend Marta Eva

 

나팔꽃, 바르르 떨다 / 홍해리

꽃 속으로 속으로 들어가면


꿈의 집 한 채


영원으로 가는 길


눈썹 끝에 머무는


꿈결 같은 꽃자리


까막과부 하나.

 

 

눈부신 슬픔 / 홍해리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나올 때 나오고
들어갈 때 들어가는

보일락말락한 날개 같은 저 꽃들
하늘하늘 눈부신 저 허망함으로
꽃자리마다 비우고 나면
또 얼마나 아픈 상처만 남을 것이랴

그 흔적이 지워지기까지는
또 얼마나 곡두의 눈물만 흐를 것인가,
꽃들은 순수하기 위하여 옷을 벗고
영원하기 위하여 날개옷을 버리느니

이제 푸른 감옥에 갇혀
수인의 고통을 감수하리라
아아,
눈부신 슬픔이여!

 

ground control to major tom

 

桃源을 위하여 / 홍해리

북한산 깊은 골짝 양지바른 곳
겨우내 적멸에 젖어 있던 자리
봄볕만이 절망적으로 따사로워
나, 도화 한 그루도 꽂지 못하고
허공의 밭자락에 복숭아 꽃불만
아무도 모르게 피워 놓았다니까
아무도 모르게 피워 놓았다니까.

 

 

아름다운 남루 / 홍해리

잘 썩은 진흙이 연꽃을 피워 올리듯
산수유나무의 남루가
저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깔을 솟구치게 한
힘이었구나!
누더기 누더기 걸친 말라빠진 사지마다
하늘 가까운 곳에서부터
잘잘잘 피어나는 꽃숭어리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소리
노랗게 환청으로 들리는 봄날
보랏빛 빨간 열매들
늙은 어머니 젖꼭지처럼, 아직도
달랑, 침묵으로 매달려 있는
거대한 시멘트 아파트 화단
초라한 누옥 한 채
쓰러질 듯 서 있다.

이 막막한 봄날
누덕누덕 기운 남루가 아름답다.

 

Magic kiss the reload version !

 

생각에 잠긴 봄 / 홍해리

봄이 초록빛 길로 가고 있다
어둠 속에 잉태하고 있던 것마다
폭죽처럼 출산하고, 이제는,
연둣빛 미소로 누워 있는 어머니
바람은 후박나무 잎에 잠들고
여덟 자식들은 어디 숨어 있는지
느리게 느리게 봄이 흘러간다
무심하게, 눈물처럼, 나른나른히.

 

Morning Recitation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 홍해리

꽃나무 아래 서면 눈이 슬픈 사람아
이 봄날 마음 둔 것들 눈독들이다
눈멀면 꽃 지고 상처도 사라지는가
욕하지 마라, 산것들 물오른다고
죽을 줄 모르고 달려오는 저 바람
마음도 주기 전 날아가 버리고 마니
네게 주는 눈길 쌓이면 무덤 되리라
꽃은 피어 온 세상 기가 넘쳐나지만
허기진 가난이면 또 어떻겠느냐
윤이월 달 아래 벙그는 저 빈 자궁들
제발 죄 받을 일이라도 있어야겠다
취하지 않는 파도가 하늘에 닿아
아무래도 혼자서는 못 마시겠네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은자隱者의 꿈 / 홍해리

산 채로 서서 적멸에 든
고산대의 朱木 한 그루,

타협을 거부하는 시인이
거문고 줄 팽팽히 조여 놓고
하늘棺을 이고
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계시다.

현과 현 사이
바람처럼 들락이는
마른 울음
때로는
배경이 되고
깊은 풍경이 되기도 하면서,

듣는 이
보는 이 하나 없는
한밤에도 환하다
반듯하고 꼿꼿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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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詩를 찾다 / 홍해리

물속으로 내리박았던
물총새,
나뭇가지에 앉아, 잠시,
진저리치듯.

온몸을 폭탄으로
또다시,
물속에 뛰어들기 위하여
물속을 들여다보듯.

 

 

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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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산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