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집『푸른 느낌표!』(2006)에서 · 3

洪 海 里 2009. 10. 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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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洪海里 시인  

   시집 『푸른 느낌표!』 (2006)에서  

 

바다에 홀로 앉아 / 홍해리


도동항 막걸리집 마루에 앉아

수평선이 까맣게 저물 때까지

수평선이 사라질 때까지

바다만 바라다봅니다

두 눈이 파랗게 물들어

바다가 될 때까지

다시 수평선이 떠오를 때까지.

 

 

나 죽으면 바다로 돌아가리라 / 홍해리 


넓고 넓은 바닷가 외진 마을

어머니의 고향

우주의 자궁

나 죽으면 그 곳으로 돌아가리라

돌아가 그 보드라운 품에 안겨

무한과 영원의 바다를 살리라

이승에서 지은 죄와 모든 때

뜨거운 불로 사루고 태워

한줌의 가루로 남아

천지를 진동하는 폭풍과 파도에 씻기어

벽옥의 바닷속 깊히 가라앉으리라 

꽃 한 송이 무슨 소용 있으랴

빗돌이 무슨 필요 있으랴

이름도 흔적도 꿈도 잊어버리고

붉은 해 바다에 떠오를 때

바다를 깨워 바다에 뜨고

진홍빛 노을 서녘 하늘 물들이면

나 파도와 함께 잠들리라

하늘에 수많은 별들 불 밝히고

하나가 따로 없는 바다에서

나도 하나의 바다가 되리라

그리하여 파도의 꿈을 엮으리라

어린 아이 맑은 미소의 집을 짓고

혼돈의 바다

원시의 바다에서

그 조화의 바다

생명의 바다에서

일탈한 죽음의 넋들과 만나

아름다운 불륜으로 자유의 사생아를 낳으리라                               

끝없이 한없이 낳으리라

묵시와 화엄의 바다

충일과 자족의 바다에서 

파도가 파도를 낳고

그 파도가 파도를 낳고 낳으리라 

파도 하나가 다른 파도를 흔들어

온 바다가 하나의 큰 파도로 피리라

바다가 껴안고 있는

바닷속 물의 섬에는

자연의 혼교가 이어지고 이어지고

설레임이 죽은 바닷가에서

또다른 설레임이 태어나고 

그리움이 끝난 바닷가에서

또다른 그리움이 피어나고

사랑이 끝난 바닷가에서

또다른 사랑이 일어나고

울음도 눈물도 다 죽은 바닷가에서

또다른 울음가 눈물이 솟아나고 

ㅎㅎ!  웃는 소리도 끝난 바닷가에서

또다른 웃음이 터져나오는 

오 절망의 사랑이여

절망의 절망의 사랑이여 

나 죽으면 바다로 돌아가리라

절망의 바다로.

 

ant

 

몸 닿지 않는 사랑 / 홍해리


1.청악매靑萼梅 피고

 

삼복에 맺은 인연

섣달 그믐밤

비밀보다 은밀하니 터뜨린다

톡, 토옥, 톡톡톡!

백자 항아리

빙하의 알

고이 품다

드디어 펼쳐 놓는

향香.


2. 지다

 

눈 쌓인 적막강산寂寞寒山

새벽녘

시리디 시린

눈빛을 잃다

너는 푸른 감옥

나는 기꺼이

너의 좁은 감방에

갇히느니

거대한 어둠

그 속에서, 나는

황홀토록 환하다

몸 닿지 않는 사랑



너에게 닿기도 전

벌써 떠나는

한순간의 텅 빈 막막함.

 

Untitled

 

보세란報歲蘭 / 홍해리

 

- 백묵소白墨素


삼복 더위, 가을을 넘더니

아세亞歲 지나

새해가 온다고, 너는

나를 무너뜨리고 있다

네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의 무력함――

겨우내 감싸주지 못한

너의 외로움

밤새도록 몸이 뜨겁더니

안개처럼 은밀하니 옷을 벗고

달을 안은 수정 물빛으로

절망의 파편들을 버리고

드디어 현신하다

수없이 날리는 향香의 화살들

눈물겨운 순수의 충격이다

새 천년 첫 해오름과

첫날밤의 달빛으로

수천 억겁의 별빛을 모아

내 가슴에 쏟아붓는,

적요의 환희와

관능의 절정

너는 불꽃의 혀로 찍는 황홀한 구두점

또는

푸른 느낌표!

 

Untitled

 

날아라, 난아 / 홍해리 


본디 너의 고향은 하늘이었느니

어쩌다 지상으로 추락하여

잃어버린 날개로

늘 날아오르려는 너는

그리움으로

꽃을 피우느니

날개꽃을 피우느니

'해오라비난초 잠자리난초 나비난초 제비난초

갈매기난초 방울새란 병아리난초 나나벌이난초

닭의난초여!'*

날아라, 난아

나비처럼 제비처럼 해오라비처럼

갈매기처럼 방울새처럼

네가 피우는 꽃은 날개다

날개꽃이다

비상이다

저 무한천공으로, 영원으로 날아라, 난아

그러다 글 읽는 선비들 있거든

새벽 창가에 내려앉아,

노래하거라

난의 노래를,

우주와 영혼의 노래를

푸르게 푸르게 영원을 노래하거라

날아올라라.

 

Spring is in the air

 

초여름에서 늦봄까지 / 홍해리 


1
그해 여름
혼자
빨갛게 소리치는
저 장미꽃더미 아래
나는
추웠네
한겨울이었네
속살 드러내고 속살대는
초여름 문턱에 서서
나무들은 옷을 껴입고 있었네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2
천둥과 번개 사이로
불볕더위가 느릿느릿 지나가고
흰 이슬 방울방울
지천으로 내리는
황금벌판---,
발가벗고 누워도
부끄럽지 않았네
온몸의 광채
저 높은 거지중천으로
흥겹게 퍼져
하늘을 덮고 있었네
가슴에 응어리진
아픔의 알갱이도 금빛으로 익어
투명한 빛살로 원을 그리고
견고한 열매 속
하늘로 하늘로 길이 열리고 있었네.

 

3
온 세상에 흰눈이 내려쌓여
천지가 적막에 잠길 때
포근한 눈이불을 뒤집어쓴
보리밭 이랑이랑
별로 뜨고 있었네, 나는,
긴긴 밤 서성이며
잠 못 드는 저 보리싹들을 안고
일어서는 은빛 대지는
가장 지순한 한 편의 위대한 시를
깊이 깊이 품어안은 채
수천 수만의 꽃봉오리를 밝히고 있었네.

 

4
산비둘기 울음으로
쑥 냉이 꽃다지 벌금자리로
돋는 사랑이여
차라리 질경이 속에 들어가
작디 작은 씨앗이 되어
그리움이 이는 풀밭길
연초록으로 피어나고 싶네
빛과 어둠
시작과 끝
삶과 죽음을 잇는 끈이 되어
두 손길 마주잡고
눈에 젖는 사랑
따숩은 세상길에
그의 시간이 되고 싶네
무량공간으로, 나는.

 

Happy 2009

 

가을 들녘에 서서 / 홍해리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moon and flower

 

타는 바다로 비를 몰고 갔다 / 홍해리

 

거금도 바다에 닿은 다음날

고문하듯 내리꽂히는 빗줄기

밤알만한 빗방울---

해면에 닿자마자 물기둥을 세우고

은빛 왕관을 만들어 씌워 주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우리는

갈 길 잊고 서 있는 나무들처럼

뿌리까지 흔들리면서

무작정 막소주를 마셔댔다

이제껏 지고 온 세상의 무게도 잊고

그렇게 하루가 노박이로 젖었다

치맛자락이 무거워

바다는 자꾸 쓰러지며

너울 타는 파도를 일으키고

우리는 영혼까지도 벗어 놓았다

사람도 섬이 되는 것을

우리는 거금도 바다에서 알아버렸다

섬이 바닷속으로 떠나가고

우리가 섬이 되어 빗속에 떠 있었다.

Big Day

소록도에서 / 홍해리

 

눈이 멀게 쏟아지는 햇빛과

태울 듯 뜨거운 햇볕과

뚫고 들 듯 날카로운 햇살의

불볕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햇발은 점점 짧아지는데

하늘 보고 누워 있는

한하운 시비 하늘빛이 서러워

우렁우렁 울음으로 아프게 끓어오르고

매미들도 독이 올라 한낮을 울다

잠시 조용해진 틈새

조막손이 경비아저씨는

필사적인 적막 하나를 잡고

허공 속에서 바둥거리고

길가의 잔디도 노랗게 타서

소리 없는 비명만 내지르는데

팽나무 아래 풀밭에서

진일 시인의 세 살박이 꽃딸

앙증맞게 토해내는 이미자

잠시, 나무 그늘이 흔들렸다.

 

Chris at Tribes, Santa Fe, NM

 

지독한 사랑 / 홍해리

 

나,

이제

그대와 헤어지려 하네

지난

60년 동안 나를 먹여 살린

조강지처

그대를 이제 보내주려 하네

그간 단단하던 우리 사이

서서히 금이 가고

틈이 벌어져

이제 그대와 갈라서려 하나

그대는 떠나려 하지 않네

남은 생을 빛내기 위해

금빛 처녀 하나 모셔올까

헤어지는 기념으로

사진도 두 번이나 찍고

그대와 나 사이를 이간질하던

나의 나태와 무관심을 나무랐지만

그대를 버리기

이렇게 힘들고 아플 줄이야

이 좋은 계절

빛나는 가을에

오, 나의 지독한 사랑,

6번 어금니여

나 이제 그대와 작별하려 하네!

 

Marineros

 

수평선을 찾아서 / 홍해리 

 

―울기등대에서  


하늘과 바다가 붙어 있었다 끌고 당기는

끝없는 되풀이였다 생도 사도 없는 무한

존재의 팽팽한 긴장이, 때로는 흐느적이며

삶과 죽음의 노래를 연주하고 있었다


무시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의 적멸의

수궁과 천궁이 위도 아래도 없이 합일의

흰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비명처럼은 서둘지 말자

느릿느릿 가다보면 하늘물이 들고 바닷물이

들어 순간 하늘이 되고 어쩌면 바다가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움 한잔에 취해 눈썹 위에 출렁이는

물결, 내 눈이 만들어 몸 벗어버린 곡선이

아름다웠다 활시위를 당긴 듯 팽팽한 곡선이

검푸르게 떨고 있었다 수평선은 없었다. 

 

Farola y pesca

 

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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