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집『푸른 느낌표!』(2006)에서 · 1

洪 海 里 2009. 11. 2. 21:23

 

 洪海里 시인 

   시집 『푸른 느낌표!』(200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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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찾아서 / 홍해리

 

세상이 다 시인데,

앞에서 춤을 추던 놈들

눈으로, 귀로 들어와

가슴속에서 반짝이다

둥지를 틀고 있다

바다에 그물을 친다

나의 그물은 코가 너무 커

신선한 시치 한 마리 걸리지 않는다

싱싱한 놈들 다 도망치고

겨우 눈먼 몇 마리 파닥이는 걸

시라고, 시라고 나는 우긴다

오늘밤엔 하늘에 낚시를 던져

별 한 마리 낚아 볼까

허공의 옆구리나 끌어당겨 볼까

물가에 잠방대는 나의 영혼

지는 노을이나 낚을까 하다

미늘만 떨어져 나가고

수줍게 옷고름 푸는 별도 잡지 못하고

천년이 간다

길은 산보다 낮은데

나는 산 위에서

우모 같은 몸으로

천리는 더 가야 하리라

시를 만나려면.

 

 

과 오동梧桐의 등 / 홍해리 


은적암 골짜기 백년 묵은 오동나무

연한 속살 속

까막딱따구리 보금자리

새새끼들 눈뜰 즈음

화안히 내걸리는 연보랏빛 꽃등!

등나무 줄기줄기 숭얼숭얼 늘어진 꽃숭어리

구름처럼 피어 외려 슬픈,

눈물빛 고요

뚝, 뚝, 떨어지고 있는

오오, 불륜의 연보랏빛 절망!

등나무 아래 흔들리는 평상의 중년

그녀가 마신 꽃소주 한잔

바람 불자

피기도 전에 떨어진 태아들

보라, 저 널브러진 연보랏빛 생!

 

DAILY COMMUTERS

 

부드러움을 위하여 / 홍해리

 


물이랑 연애하고 싶다
물 가르는 칼이고 싶다

 

이슬아침 댓잎에 맺힌 적요로
빛나는 물이 스미듯이 자르는,

 

칼에 베어지기 전의 작은 떨림
그 푸른 쓸쓸함 한입 베어물고,

 

길 지우는 배경물로 살아나듯
칼 지우는 투명한 물이고 싶다.

 

The Big Red Door

 

세란헌洗蘭軒에서 / 홍해리 

 

난 잎에

고요처럼

내려앉는 먼지를,

마음으로

씻어주는

새벽녘,

때맞춰

화로에선

ㅅ물이 끓는데,

화선지에

묵향墨香

번지지 않고,

가슴에 

그리움만

고요처럼 쌓이네.

 

"Blue"

 

그리움을 두고 / 홍해리

 

가을이 깊어지면

마음의 거문고 줄을 적시다

세상에 귀를 열어 보라

꽃 지고 난 사이 허공길 걸어

내 갈 곳 어디런가

저린 삭신 풀어 놓고

눈뜨고 자며 뒤척이다가

속내 감춘 한줄기 바람

꿈꾸며 가다 숨길 멈춘 곳

시리리시리리 시리다 우는

천지간에 지천인 풀벌레소리

이미 한세상 내디딘 걸음

어찌 돌아갈 수 있으랴

그것이 우리의 밥술인 것을

손톱반달만한 그리움도 있어.

 

Untitled 

 

시간을 찾아서 / 홍해리 

 

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산리 472 번지

신사년 오월 초엿새 23시 05분

스물세 해 기다리던 아버지 곁으로

어머니가 가셨습니다

들숨 날숨 가르면서

저승이 바로 뒷산인데

떠날 시간을 찾아

네 아들 네 딸 앞에 모아 놓고

며느리 사위  옆에 두고

기다리고 기다리며

가는 시간을 맞추어

마지막 숨을 놓고

말없이,

한마디 말씀도 없이

묵언의 말씀으로

이승을 멀리 밀어 놓고

어머니는 그냥 가셨습니다

여든두 해의 세월이, 고요히

기우뚱했습니다.

 

 

* 어머니는 2001년 6월 26일(辛巳 오월 초엿새)에 가셨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端午ㅅ날이 되면 자식들을 만나러 오십니다.

 

 

 

나 죽으면 바다로 돌아가리라 / 홍해리 


넓고 넓은 바닷가 외진 마을

어머니의 고향

우주의 자궁

나 죽으면 그 곳으로 돌아가리라

돌아가 그 보드라운 품에 안겨

무한과 영원의 바다를 살리라

이승에서 지은 죄와 모든 때

뜨거운 불로 사루고 태워

한줌의 가루로 남아

천지를 진동하는 폭풍과 파도에 씻기어

벽옥의 바닷속 깊이 가라앉으리라

꽃 한 송이 무슨 소용 있으랴

빗돌이 무슨 필요 있으랴

이름도 흔적도 꿈도 잊어버리고

붉은 해 바다에 떠오를 때

바다를 깨워 바다에 뜨고

진홍빛 노을 서녘 하늘 물들이면

나 파도와 함께 잠들리라

하늘에 수많은 별들 불 밝히고

하나가 따로 없는 바다에서

나도 하나의 바다가 되리라

그리하여 파도의 꿈을 엮으리라

어린 아이 맑은 미소의 집을 짓고

혼돈의 바다

원시의 바다에서

그 조화의 바다

생명의 바다에서

일탈한 죽음의 넋들과 만나

아름다운 불륜으로 자유의 사생아를 낳으리라                               

끝없이 한없이 낳으리라

묵시와 화엄의 바다

충일과 자족의 바다에서

파도가 파도를 낳고

그 파도가 파도를 낳고 낳으리라

파도 하나가 다른 파도를 흔들어

온 바다가 하나의 큰 파도로 피리라

바다가 껴안고 있는

바닷속 물의 섬에는

자연의 혼교가 이어지고 이어지고

설레임이 죽은 바닷가에서

또다른 설레임이 태어나고

그리움이 끝난 바닷가에서

또다른 그리움이 피어나고

사랑이 끝난 바닷가에서

또다른 사랑이 일어나고

울음도 눈물도 다 죽은 바닷가에서

또다른 울음과 눈물이 솟아나고

ㅎㅎ!  웃는 소리도 끝난 바닷가에서

또다른 웃음이 터져나오는

오 절망의 사랑이여

절망의 절망의 사랑이여

나 죽으면 바다로 돌아가리라

절망의 바다로. 

 

 

 

洪海里 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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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산 최병무 시인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