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집『황금감옥』(2008)에서 · 3

洪 海 里 2009. 11. 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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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海里 시인  

   시집 『황금감옥』(2008) 에서

 

 

 

 

풍경風磬 / 홍해리 


밤새도록 잠들지 말라고

잠들면 그만이라고

또록또록 눈뜨고 있는

하늘물고기의

초록빛 종소리

매화나무 가지마다

꽃눈을 달아 준다고

삼복염천

빗발 사이 뛰어다니더니

눈 오는 날 눈발 사이로

날아다니는

투명한 종소리

말씀의 칼 하나

번쩍이며

봄이 머지않다고

삼동 한천에 바쁘시다.

 

 

동짓달 보름달 / 홍해리 


누가 빨아댔는지

입술이 얼얼하겠다

빨랫줄에 달빛이 하얗게 널려


바지랑대가 빨랫줄을 팽팽히 떠받치고 있다

꼿꼿하다

화살이다

새파랗게 질린 하늘로 시위가 푸르르 떨고


보름보름 부풀더니

푸른 기운을 저 혼자 울컥울컥

토해내는 달

저 하늘에 시위나겠다


만건곤滿乾坤!


철새 몇 마리가 그리고 가는 곧은길 위로

흰 빨래 옷가지 하나 흔들린다


지상에선

긴긴 밤 참이라도 드는지

별들이 빙 둘러앉아 눈을 반짝이고

동치미 동이 속에 달이 풍덩 빠져 있다.

 

Climbing.... Where to?...

 

다리 / 홍해리

 

한 생이 저무는 늦가을

다리를 끌며 다리를 건너는 이

지고 가는 짐이 얼마나 무거울까


다리 아래서 주워왔다는

서럽고 분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지


다리를 건너가는 이는 알까

다리 아래 넘실대는 푸른 물결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허방다리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두껍다리 건너다 빠진 적은 몇 번이던가


눈감으면 아득하고 눈을 뜨면 막막하다


절벽을 이은 하늘다리도 건넜고

격정과 절망의 다리,

체념과 안분의 다리도 건넜다


발자국 소리 끝없이 이어지고

허위허위 건너는 이승의 다리

처진 어깨 위로 저녁놀이 깔리고 있다

 

 

비 오는 날 / 홍해리

 

‘사랑밖에 난 몰라~~~’

심수봉이 울고 있다

사랑을 안다는 말인지

모른다는 것인지


사랑 밖에 무엇이 있는가

사랑에 앉아 내다봐도

사랑은 보이지 않고


토란잎 옆자리

호박꽃이 피었다

길이 끊겨

꺽정이놈 같은 호박벌은 오지도 않고


잔술집 나이 든 주모

애호박전 부쳐 놓고

밖을 내다보고 있는

다 저녁때.

 

I don't expect any guests

 

우주 / 홍해리 

 

1

뻐꾸기는 오목눈이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놓고,

 

황조롱이는 까치집을 빼앗아

새끼를 친다.

 

2

사글세도 안 내고 사는 세상

새벽 이른 시각

매화나무에 직박구리 손님이 오셨다

지비지비! 지비지비!

왜 ‘집이, 집이!’로 들리는지,


집세 내고 살라는 듯

한참 울다 가셨다

지비지비! 지비지비!

우주의 주인은 어디 계신지

가뭇없다.

 

 

안개꽃 / 홍해리 


사람들 앞에서는

주인공은커녕


배경밖에 되지 못하고

장미 고년 상 받을 때


박수나 치는

들러리일 뿐이지만


무리 지어 서면

은하수로 반짝이는


나도

한 송이 별이 된다.

 

 

지심도只心島 / 홍해리 


저 흐드러진 꽃 다 지고 나면

가슴속 기슭마다 산사태 나겠네

어이 둥둥 떠서 어디로 흘러갈거나

행탁 하나 달랑 메고

길 떠나고 싶네.


마음속 지대방을 나서면 천지가 내 것

가지 못하고 마음만, 마음만, 할 양이면

뜻밖에 만나는 풍경 밖으로

뜬금으로 값해 주고 한없이 가리

지심도, 只心島를 찾아서!

 


호호好好 / 홍해리 


도화 도화, 좋아, 좋아!

저 연분홍 누각 속에는

벌써,

물큰한 엉덩이 눈이 반쯤 감겼다

가슴츠레하다

이 환한 봄날 대낮

무작정 낙하하는 첫날밤 신부의 속옷

낙화, 낙화,

나무 아랜 사내들이 술잔 위로 눈이 풀리고

잔과 잔 사이 사뿐사뿐 내려앉는

속수무책의 저 입술들

드디어 잔 속으로 정확히 안기는 여자

무색의 액체가 금방 분홍으로 빛난다

나를 마셔 보라고

진한 지분 냄새로 금방 해는 기울고

산 빛이 조금 더 짙어졌다

벌 떼처럼 밀려오는 욕정이

잉잉거리며 지분지분―.

 

 

매화나무에 풍경 달다 / 홍해리 


거저 듣는 새소리 고마워

매화 가지에 방울을 걸어 주었다


흔들의자에 앉아

바람이 그윽한 화엄의 경을 펼친다

매화의 분홍빛 눈은 이미 감겨지고

연둣빛 귀를 파릇파릇 열고 있다


매화에 없는 악보를 풍경치듯

하나 하나 옮겨놓고 있는

붕어가 콕콕 쪼고 톡톡 치며

하늘의 노래를 시나브로 풀어 놓고 있다


바람이 물고기를 타고 춤을 추는

매화 사타구니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가지마다 많은 열매가 열리겠다

올해는 매실이 더욱 튼실하겠다

 

 

명자꽃 / 홍해리


꿈은 별이 된다고 한다

너에게 가는 길은

별과 별 사이 꿈꾸는 길

오늘 밤엔 별이 뜨지 않는다

별이 뜬들 또 뭘 하겠는가

사랑이란

지상에 별 하나 다는 일이라고

별것 아닌 듯이

늘 해가 뜨고 달이 뜨던

환한 얼굴의

명자 고년 말은 했지만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었지

밤이 오지 않는데 별이 뜰 것인가

잠이 오지 않는데 꿈이 올 것인가

 

on

 

산수유 그 여자 / 홍해리


눈부신 금빛으로 피어나는

누이야,

네가 그리워 봄은 왔다


저 하늘로부터

이 땅에까지

푸르름이 짙어 어질머리 나고


대지가 시들시들 시들마를 때

너의 사랑은 빨갛게 익어

조롱조롱 매달렸나니


흰 눈이 온통 여백으로 빛나는

한겨울, 너는

늙으신 어머니의 마른 젖꼭지


아아, 머지않아 봄은 또 오것다.

 

The shepherd on his way home

 

11월 / 홍해리


난초꽃이 피었다

지고

대숲의 바람소리 성글어졌다

작별 인사는 짧게 하자

언제

혼자 아닌 적이 있었던가

은행잎 노랗게 슬리는

저녁녘

가지도 말고

머물지도 말라고

세상 다 품고 갈 듯이

집 떠난 바람이 카랑카랑 울고 있다

귀가 환하다

작별 인사는 하지 말자.

 

Ducks and man.

 

늑대거미 / 홍해리


거지중천의 빈집

고요가 출렁이고 있다


돌아오지 않기 위하여

떠나지 못하는

천지간에 길을 열었다


여기서부터

천릿길

이제부터 홀로 가는

천년을

무작정 기다리는

막막함으로


늑대 울음도 걷히고

주검처럼 매달려 있는

거미 한 마리


흔들흔들

하늘그네

허공에 뜬 섬이다.


 

洪海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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