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미지
칼의 전쟁
홍해리 선생님의 시 [부드러움을 위하여]를 읽다가-
김 세형
연애란 것이 남자들에겐 다 전쟁이지요.
칼로 물 베기기, 해보나 마나 지는 전쟁이지요.
아무리 물의 몸에 칼질을 해봐도
칼질이 먹히기는커녕,
적군의 몸에 흉터 하나 남기지 못하고
끝내 패하고 물러나고 마는 허무한 전쟁이지요.
밤마다 야간 전투 공격조 첨병으로 나서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물에 아무리 칼질을 해봐도
갈수록 칼날이 무뎌지기만 하는 칼.
그러다 그만 칼끝부터 흐물흐물해지고 마는 칼.
그러다 끝내 적진 속에서 두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항복하고 마는 칼.
물 속에서 물이 되고 마는 칼.
물에 물로 흐물흐물 먹히고 마는 칼.
창작노트- 전쟁을 일삼는 남성들이여!
칼을 거둬라.
칼을 거두고 물이 되어 물과 함께 흘러가자.
합수되어 흘러가자
부드러움을 위하여 / 홍해리
물이랑 연애하고 싶다
물 가르는 칼이고 싶다
이슬아침 댓잎에 맺힌 적요로
빛나는 물이 스미듯이 자르는,
칼에 베어지기 전의 작은 떨림
그 푸른 쓸쓸함 한입 베어물고,
길 지우는 배경물로 살아나듯
칼 지우는 투명한 물이고 싶다.
'시론 ·평론·시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설중매 (0) | 2010.01.05 |
---|---|
<시> 먹통사랑 (0) | 2009.11.18 |
감동 깊은 시「방짜징」/ 이혜선 시인 (0) | 2009.10.17 |
<詩> 방짜징 (0) | 2009.10.17 |
<시> 시월 / '시가 있는 아침'(중앙일보) (0) | 2009.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