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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중매雪中梅
-홍해리 선생님의 시 '설중매'를 감상하다가-
김세형
설중매, 저 적멸寂滅의 여인
눈 쌓여 눈 시린 밤
날 보곤 바르르 온몸을 떨고 있네
적멸 속에서
묵언默言으로 떠는 저 여인
가슴에 한 번 품어 볼까나
황홀히 떠는 저 붉은 몸,
뚝, 꺽여질까 두려워
난 차마 가슴에 품지 못하네
나 또한
적멸 속에서 바르르 떨며
저 황홀한 여인만
날밤이 새도록
눈 붉어 바라다만 보고 있네
눈꽃 피는 새벽녘,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수묵水墨빛 가지 위에서
쏟아져 내린 눈더미에 깔려
붉은 핏물로 짙게 배이는
초경의 저 여인,
눈얼음처럼 시린 내 눈빛.
-퇴고 중인 시
설중매雪中梅
洪 海 里
창밖, 소리 없이 눈 쌓일 때
방안, 매화,
소문 없이 눈 트네
몇 생生을 닦고 닦아
만나는 연緣인지
젖 먹던 힘까지, 뽀얗게
칼날 같은 긴, 겨울밤
묵언默言으로 피우는
한 점 수묵水墨
고승,
사미니,
한 몸이나
서로 보며 보지 못하고
적멸寂滅, 바르르, 떠는
황홀한 보궁寶宮이네.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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