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그리움을 위하여 外 4편

洪 海 里 2009. 12. 31. 04:45

P 273 Last rays in Tuscany

 

그리움을 위하여 / 홍해리                           
 
  서로 스쳐 지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너를
  보고 불러도 들리지 않는 너를
  허망한 이 거리에서
  이 모래틈에서
  창백한 이마를 날리고 섰는 너를 위하여,

  그림자도 없이 흔들리며 돌아오는 오늘밤은 시를 쓸 것
만 같다 어두운 밤을 몇몇이 어우러져 막소주 몇 잔에 서
대문 네거리 하늘은 더 높아 보이고 두둥럿이 떠오른 저
달도 하늘의 술잔에 젖었는지 뿌연 달무리를 안고 있다
잠들기 전에 잠들기 전에 이 허전한 가슴으로 피가 도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네 속에 있는 나를
  내 속에 있는 너를
  우린 벌써 박살을 냈다.

  아득한 나의 목소리
  아득한 너의 목소리
  아득한 우리 목소리.

  돌아가야지 돌아가야지
  썩은 사과 냄새에 취해
  나는 내 그림자도 잃고 헤매임이여.

  흙벽에 등을 대고 듣던
  새벽녘 선한 공기를 찍는 까치소리
  한낮 솔숲의 뻐꾸기 울음
  그믐밤 칠흑빛 소쩍새 울음.

  보리푸름 위 종달새 밝은 봄빛과
  삘기풀 찔레꽃의 평활 위하여
  이 묵은 시간 거리의 떠남을 위하여.
              

               - 시집『우리들의 말』(1977)

 

Chickens finding roost

 

그리움 / 홍해리 

 - 비진도 에서                           
 
이승 저승 따로 없는 바다에서는
물너울 너훌너훌 그 앞에서는
사랑도 미움도 매한가진데
숨기고 폭로하고 대들고 용서하고
울면서 웃어 주고 죽으며 사는 사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리운 사람
시작과 끝 따로 없는 바다에 와서
그 사람 생각나네 그리워지네.

              - 시집『淸別』(1989)

 

 NEW MORNING

 

황태의 꿈 / 홍해리                     

 

아가리를 꿰어 무지막지하게 매달린 채

외로운 꿈을 꾸는 명태다, 나는

눈을 맞고 얼어 밤을 지새고

낮이면 칼바람에 몸을 말리며

상덕 하덕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만선의 꿈

지나온 긴긴 세월의 바닷길

출렁이는 파도로 행복했었나니

부디 쫄태는 되지 말리라

피도 눈물도 씻어버렸다

갈 길은 꿈에서도 보이지 않는

오늘밤도 북풍은 거세게 불어쳐

몸뚱어리는 꽁꽁 얼어야 한다

해가 뜨면

눈을 뒤집어쓰고 밤을 지샌 나의 꿈

갈갈이 찢어져 날아가리라

말라가는 몸속에서

난바다 먼 파돗소리 한 켜 한 켜 사라지고

오늘도 찬 하늘 눈물 하나 반짝인다

바람 찰수록 정신 더욱 맑아지고

얼었다 녹았다 부드럽게 익어가리니

향기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

뜨거운 그대의 바다에서 내 몸을 해산하리라.

                   - 『우리詩』 2009. 2월호

 

 

 

나를 이사하다 / 홍해리 

 

한평생이 꿈이었다 말하지 말라

꿈의 먼지였다,

먼지의 꿈이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먼지가 구석구석 뽀얗게 쌓여

온몸이 먼지의 왕국이다.

요염한 먼지의 나라,

은밀한 먼지가 지천인 세상이다.

 

먼지의 부피

먼지의 무게

먼지의 압력

도저히 떠메고 갈 수가 없다.

 

한평생이 한 알 먼지였으니

바람 불고 비 오는 날 

나를 이사하리라

먼지 인 시간의 영원 속으로! 

 

enjoy  the wind

 

아내의 새 / 홍해리

  

아내는 머릿속에 새를 기르고 있다

늘 머리가 아프다 한다

부리로 콕콕 쪼아대는지

귀에서 새소리가 난다고 한다

구름이 끼어 있는 사시사철

새는 푸른 하늘이 그립다 한다

새는 너른 들판이 그립다 운다

갇혀 있는 새는 숨이 막혀

벽을 쪼아댄다

날아가고 싶어

아내는 새벽부터 새가 되어 운다

지저귀면서

때로는 노래로

아내의 새는 울고 있다

조롱鳥籠을 가지고 산다고 조롱 마라

갇혀 사는 새는 아프다.

 

 

홍해리 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카페  / http:// cafe.daum.net/urisi  

* 동산 최병무 시인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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