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몸을 바치다 外 4편

洪 海 里 2010. 1. 11. 05:43

*

 

몸을 바치다 / 홍해리 

 

몸을 바친다

몸을 준다는 게 무엇인가

사는 것이 몸을 파는 일

몸을 사는 일이니,

어미는 자식에게 몸을 주고

아비는 한평생 몸을 바친다.

어제는 밥에게 몸을 팔고

오늘은 병에게 몸을 준다.

그는 돈에 몸을 사고

너는 권력에 몸을 바친다.

술집거리에서

웃음을 팔고

몸을 주는 사람들 욕하지 마라.

돈을 받고 몸을 팔았다

몸을 샀다고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바람은 스쳐 지나가고

물은 흘러가면 그만이지만,

살아 남기 위하여

그대는 웃음으로 몸을 팔지 않는가.

 

 

Touareg camel guide writing in the sand in the shadow of his camel

 

 

길에 대하여 / 홍해리

 

한평생을 길에서 살았다

발바닥에 길이 들었다

가는 길은 공간이고 시간이었다

공간에서 제자리를 가고

시간에선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샛길로 오솔길로 가다

큰길로 한번 나가 보면

이내 뒷길로 골목길로 몰릴 뿐

삶이란 물길이고 불길이었다

허방 천지 끝없는 밤길이었다

살길이 어디인가

갈길이 없는 세상

길을 잃고 헤매기 몇 번이었던가

꽃길에 바람 불어 꽃잎 다 날리고

도끼 자루는 삭아내렸다

남들은 외길로 지름길로 달려가는데

바람 부는 갈림길에 서 있곤 했다

눈길에 넘어져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빗길에 미끄러져도 손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가는 길에 어쩌다 마주쳐도

길길이 날뛰는 시간은 잔인한 폭군이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마다

인생이란 그렇고 그런 것이라 했지만

끝내 비단길, 하늘길은 보이지 않았다

날개는 꿈길의 시퍼런 독약이었다.

 

 

After over the night

 

 

시간과 죽음 / 홍해리

철커덕, 시간과 죽음의 문이 닫히고
빛도 소리도 완전히 차단되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어딘가로 한없이 떨어져 내렸다
걱정의 눈빛들이 잠시 마주치다 돌아선 후
드디어 이승의 경계를 넘어서 굴러갔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다음 하나 두울 세엣 그리고 그만이었다
끓던 번민과 격정도 한 줌 바람일 뿐
저문 강에 떠가는 낙엽이었다 나의 목숨은.

텅 비어 버린 가슴으로 낯선 암흑이 파고들었다
온몸이 묶이고 옥죄어지고
깊은 산 나무들이 마구 베어져 쓰러졌다
나는 자동세탁기 속의 빨랫감이었다
한 치 뒤를 못 보는 장님들이 줄지어 가고 있었다
홀로! 홀로! 하며 어우러짐을 갈구하면서
막막한 들판에 서서 암흑 속에 눈을 던졌다
다시 못 만날 세상을 죽여야 했다 나는.

무엇이 왜 그렇게 서러운지 속으로 속으로 나는 울었다
한 사람의 생애가 바람소리만 내며 흔들리고
이제 눈물 위에 둥둥 뜨는 어둔 바다 잔물결
손에 잡히는 백지마다 크레파스를 마구 문질러댔다
사랑도 추억도 연민도 희망도 그리고 모두를
아무 색깔도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그러고 나서 그 어둡고 기인 터널을 지나
거지중천에 내동댕이쳐졌다 나는.

서울의 하늘이 저리 푸르른지 나는 아지 못했다
저 어두운 콘크리트숲도 바퀴벌레의 음흉함도 유쾌하다
다시 보는 모습들과 손길의 살가움이여
이제 나도 스스로 바다를 이루어 저 해를 품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사랑해야 하리라
도시의 지평선으로 떨어지는 하루의 빨간 심장을 본다
이 밤은 가고 날을 밝으리라
나도 한 그루 나무로 서서 숲을 지키리라.

                                 - 『淸別』동천사 (1989) 

 

 

 

겨울밤에 깨어서 / 홍해리

 

깊은 밤의 칠흑을 다 이겨서
전신으로 빚어내는
긴긴 밤을 갈증으로 출렁이는 해일같이
넘쳐나는 슬픔으로 빚어내는
가슴속 활활 지피는 열기
그 짙은 흙냄새로 빚어내는
아름답고 곧은 말씀 하나를
그대는 멀리 서서 바라만 보고
한 걸음 다가서면
두 발짝 물러서서
눈 감고 귀 막고 있는 그대여.

나의 노래여
시린 손 호호 불어 그대를 빚으면
허공중에 떠도는
싸늘하니 창백한 별이 하나
벗은 몸으로 반짝이고 있나니
내 이제 훌훌 벗어 던지고
떠나리라
드넓고 막막한 어둠속 벌판으로
답답하고 아득한 가슴을 열고
싸늘한 대지 위에
뜨거운 별의 씨앗을 뿌리며
헤매리라
끝없는 바람의 뿌리를 움켜잡고.

                        -시집『우리들의 말』(1977)


eagle 1

 

 

우리들의 말 / 홍해리 

 

거리를 가다 무심코 눈을 뜨면
문득 눈 앞을 가로막는 산이 있다
머리칼 한 올 한 올에까지
검은 바람의 보이지 않는 손이
부끄러운 알몸의 시대
그 어둠을 가리우지 못하면서도
그 밝음을 비추이지 못하면서도
거지중천에서 날아오고 있다
한밤을 진땀으로 닦으며 새는
무력한 꿈의 오한과 패배
어깨에 무거운 죄없는 죄의 무게
깨어 있어도 죽음의 평화와 폭력의 설움
눈뜨고 있어도 우리의 잠은 압박한다
물에 뜨고 바람이 불리우고
어둠에 묻히고 칼에 잘리는
나의 시대를 
우리의 친화를
나의 외로움 
우리의 무예함
한 치 앞 안개에도 가려지는 불빛
다 뚫고 달려갈 풀밭이 있다면
그 가슴속 그 아픔 속에서
첫사랑같은 우리의 불길을
하늘 높이 올리며 살리라 한다.

               - 시집『우리들의 말』(1977)

 

洪海里 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카페  / http:// cafe.daum.net/urisi

 * 동산 최병무 시인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洪海里 詩 다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길에 대하여  (0) 2010.01.29
<시> 종鐘이 있는 풍경 外 4편  (0) 2010.01.15
<시> 개화 外 꽃詩 6편  (0) 2010.01.04
<시> 그리움을 위하여 外 4편  (0) 2009.12.31
<시> 계영배戒盈杯 외 5편  (0) 2009.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