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개화 外 꽃詩 6편

洪 海 里 2010. 1. 4. 16:56

 

개화開花 / 홍해리

바람 한 점 없는데
매화나무 풍경이 운다

아득한 경계를 넘어
가도가도 사막길 같은 날
물고기가 눈을 뜬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꽃 피는 소리에 놀라
허공에서 몸뚱이를 가만가만 흔들고 있다
꽃그늘에 앉아
술잔마다 꽃배를 띄우던
소인묵객騷人墨客
마음 빼앗겨
잠시 주춤하는 사이
뼈만 남은 가지마다
폭발하는,

오오, 저 푸른 화약花藥 내!

       - 시집『황금감옥』(2008)

 

From the Top

 

박태기꽃 터지다 / 홍해리

누가 태기라도 쳤는가
가지마다
펑펑펑
박 터지는 소리

와글와글
바글바글
우르르우르르 모여드는
시뻘건 눈들

조팝나무도 하얀 수수꽃다리도
휘청거리는 봄날

"뻥이야!"

"펑!"

먼 산에 이는 이내.

       - 시집『황금감옥』(2008)

 

 

 관음소심觀音素心 / 홍해리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살해한다

정수리에 총을 쏘기도 하고

비수를 가슴에 꽂기도 한다

눈물로 나를 익사시키기도 하고 

악, 소리치며 물러서게 한다 

 

그녀는 발가벗고 있다

온몸이 젖빛으로 흐르고 있다

눈과 둔부가 젖어 있다

손가락과 마음도 젖어 있다

그녀의 샅에서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나는 그녀를 감싸안는다

초록빛이 죽음 속에 감돌고 있다

희망은 늘 등뒤에 있어도

다스릴 수 있는 절망의 물빛으로

그녀는 꽃을 피운다


지상의 모든 빛이 다 모여

불꽃을 피우고 있다

찬란한 해산이다

고요의 북이 울리고

소심素心이 피고 있다. 

        - 시집『푸른 느낌표!』(2006)

 

Fall impression...

 

눈부신 슬픔 / 홍해리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나올 때 나오고
들어갈 때 들어가는

보일락말락한 날개 같은 저 꽃들
하늘하늘 눈부신 저 허망함으로
꽃자리마다 비우고 나면
또 얼마나 아픈 상처만 남을 것이랴

그 흔적이 지워지기까지는
또 얼마나 곡두의 눈물만 흐를 것인가,
꽃들은 순수하기 위하여 옷을 벗고
영원하기 위하여 날개옷을 버리느니

이제 푸른 감옥에 갇혀
수인의 고통을 감수하리라
아아,
눈부신 슬픔이여!

      
- 시집『봄, 벼락치다』(2006)

 

Magic

 

꽃의 노래 / 홍해리

꽃은 불이고 빛이어서
우리를 눈멀고 귀먹게 하였거니
전신을 마비시켜
정신까지 혼미케 하는 것은,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가장 작으나 가장 강력한
알폭탄이 되어,

땅으로 바다로 하늘로
폭발하는 것은,

내일과 영원을 점령하고
무한 생명 우주를 접수하기 위하여,


"全生에는 前生도 있듯이
내 生에는 來生도 함께 한다"고


조용한 무게로 피어 있는 꽃은
세상과도 임의롭고 무간하지 않으랴.

 

  Alone...

 

낙화 / 홍해리 

 

이제 가야 한다 할 때
편안히 갈 수 있을까

모두 놓아두고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갈 수 있을까

쉬엄쉬엄 쉼표만 찍다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맺은 매듭 모두 풀고
얽히고 설킨 끈마저 끊어버리고

하얀 손수건 흔들면서
홀연히 떠날 수 있을까

눈에 밟히는 것들
모두어 가슴에 묻고

훌훌 털고
빈 주먹만 쥐고.

        - 시집『愛蘭』(1998)

 

Alone...

 

 

꽃 지는 날 / 홍해리

 

마음에 마음 하나
겹치는 것도 버거워라

누가 갔길래
그 자리 꽃이 지는지

그림자에 꽃잎 하나
내려앉아도

곡비 같은 여자 하나
흔들리고 있네.

          - 시집『투명한 슬픔』(1996)

 


Spring Dancing

 

洪海里 시인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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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산 최병무 시인의 블로그(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