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매치를 보는 손
우리의 눈은 백 개
귀는 열 개
찰나의 빛남으로
허공에 뜨는 수 천의 발과
새 떼처럼 튀어오르는 손뼉소리
기대와 흥분의 용광로 속에서
수없이 작열하는 포탄과 포연
침몰하는 거함을 바라보며
같이 함몰하고 같이 일어서느니
청동빛 근육의 빛남으로
한 시대의 우울을 떨쳐버리는
소나기같은 카타르시스여 영광이여
참피언이여 그리고 도전자여
한 편은 환희로 눈이 멀고
어차피 한 편은 패배자
이빠진 사자처럼 어슬렁대다
고목처럼 쓰러져버린
실망과 무기력의 저 배신
가슴에 돌을 안고 되돌아서며
차마 돌을 던지지 못하는
저 손, 손, 손.
- 3인시집『바다에 뜨는 해』(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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