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雪馬
洪 海 里
눈처럼 흰 말
눈 속에 사는 말
눈 속을 달려가는 말
설마 그런 말이 있기나 하랴마는
눈처럼 흰 설마를 찾아
눈 속으로 나 홀로 헤맨다 한들
설마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만
말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말 달려가는 요란한 소리만 들려올 뿐
한평생 허위허위 걸어온 길이라 해도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 막막하니
말꾼 찾아 마량馬糧을 준비할 일인가
오늘 밤도 눈 쌓이는 소리
창 밖에 환한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 해도
나를 비우고 지우면서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설마를 찾아 길 없는 밤길을 나서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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