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비밀』2010

<시> 타작打作

洪 海 里 2010. 2. 7. 16:01

 

타작打作

 

洪 海 里

 

 

엊저녁에는 밤새도록 깨를 털었다

깻단을 두드리지 않아도

깨가 투두둑투두둑 쏟아져 내렸다

흰깨 검은깨

볶지 않아도 고소한 냄새

방안에 진동했다

날이 희붐하게 새었을 때

머리맡에 놓인 멍석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시의 씨앗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런 날 밤이면

하늘에는 갓밝이까지 잔치가 벌어지고

별들이 마구 뛰어내렸다

아침이 되자

깨가 쏟아질까 쏟아질까

키를 들고 시를 까부르고 있었다

까불까불.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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