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비밀』2010

<시> 대풍류

洪 海 里 2010. 2. 7. 16:03

 

대풍류

 

洪 海  

 

 

날 선 비수 같은 달빛이

눈꽃 핀 댓잎 위에 내려앉았다

달빛에 놀라 쏟아져 내리는 은싸라기

그날 밤 대나무는 숨을 놓았다

목숨 떠난 이파리는 바람에 떨고

대나무는 바람神을 맞아들여

텅 빈 가슴속에 소리집을 짓는다

그렇게 몇 번의 겨울이 가고 나면

대나무는 마디마디 시린 한을 품어

줄줄이 소리 가락을 푸르게 풀어낸다

때로는 피리니 대금이니 이름하니

제 소리를 어쩌지 못해 대나무는

막힌 구멍을 풀어줄 때마다

실실이 푸른 한을 한 가닥씩 뿜어낸다

사람들은 마침내 바람 흘러가는 소리를

귀에 담아 풍류風流라 일컫는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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