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영배戒盈杯
洪 海 里
속정 깊은 사람 가슴속
따르고 따루어도 가득 차지 않는
잔 하나 감춰 두고
한마悍馬 한 마리 잡아타고
먼 길 같이 떠나고 싶네
마음 딴 데 두지 마라, 산들라
세상에 가장 따순 네 입술 같이나
한잔 술이 내 영혼을 데우는 것은,
불꽃으로 타오르는 그리움처럼
줄지도 넘치지도 않는 술잔 위로
별들이 내려 빙글빙글 도는 것은,
무위無爲도 자연自然도 아니어서
내 마음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인가
은자隱者의 눈빛이나 미소처럼
입안 가득 번지는 넉넉한 향을
눈물로 태울까 말씀으로 비울까
온몸으로 따루어도
채워지지 않고 비워지지 않는
잔,
깊고 따뜻한 너.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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