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仁華에게
洪 海 里
인화仁華, 너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푸른 풀밭이 아래위로 펼쳐져 있고
일곱 개 십자 막대의 울타리 목장
함치르르한 풀밭으로
함함한 양을 몰고 가는 그의 흰 손과
무작정 가고 있는 양이 보인다
양은 눈빛이 착하고 순한 천사다
풀밭이 다하면
절벽,
바람이 절벽을 타듯
양은 절벽을 오른다
첫 입맞춤을 하고
처음으로 속삭이는 말처럼
하늘 아래 자명自鳴하는 것은
환하다, 자명自明하다
해 지는 곳이
함지陷池이든 함지咸地이든 무슨 상관이랴
끝없이 펼쳐진 풀밭을
양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풀밭에 양 발자국이 없는 것은
두 사람의 눈빛으로 하늘에 찍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따뜻하다.
- 시집『비밀』(2010, 우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