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비밀』2010

<시> 구두끈

洪 海 里 2010. 2. 7. 16:15

 

구두끈

 

 

洪 海 里

 

 

저녁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구두끈이 풀어져

거치적거리는 것도 모르고

허위허위 걸어왔다

나이 든다는 것이 무엇인가

묶어야 할 것은 묶고

매야 할 것은 단단히 매야 하는데

풀어진 구두끈처럼

몸이 풀어져 허우적거린다

풀어진다는 것은

매이고 묶인 것이 풀리는 것이고

질기고 단단한 것이 흐늘흐늘해지는 것이고

모두가 해소되고, 잘 섞이어지는 것이다

몸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구두끈도 때로는 풀어져

한평생 싣고 온 짐을 부리듯

사막길 벗어나는 꿈을 꾸는 것을

나는 이제껏 모른 채 살아왔다

끈은 오로지 묶여 있는 것이 전부였다

구속당하는 것이 유일한 제 임무였다

풀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몸으로 제가 저를 잡고 있어야 하지만

끈은 늘 풀어지려고 모반을 꾀하고

헐렁해지고 싶어 일탈을 꿈꾼다

때로는 끈을 풀어 푸른 자유를 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나는 구속만 강요해 왔다

이제 몸도 풀어 줘야 할 때가 된 것인가

오늘도 구두끈이 풀어진 것도 모르고

고삐 없는 노마駑馬가 되어

휘적휘적 걸어서 어딘가로 가고 있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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