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비밀』2010

<시> 억새 날다

洪 海 里 2010. 2. 7. 17:33

 

 

 

 

억새 날다

 

洪 海 里

 

 

웃는 걸까

우는 걸까

웃음이 울음 속으로 들어가고

울음이 웃음 밖으로 나오니

이승인지 저승인지 모를 일,

바람 따라 온몸을 흔들면서

때로는 허리 꺾어 몸을 뉘고

산이 떠나가도록 고함을 친다

그 소리에 문뜩 산이 지워진다

굽이치는 것은 은빛 강물 소린가

천파만파  파도 치는 소리인가

하늘과 땅이 구분 없이 흔들리고 있다

한여름 우렛소리 어디 가 잠들었다

눈물 마른 꽃잎 사이사이 반짝이고

굽이굽이 지나쳐 우는 듯 웃는 듯

우련우련 드러나는 산그림자

일장 춘몽을 깨우고 있는 것인지

추풍 낙엽을 쓸고 있는 것인지

울긋불긋 나뭇잎 다들 떠난 자리

바람 불 때마다 억새가 톱니를 갈아

칼날 같은 날개로 날아오르고 있다

희미한 달빛도 몸무게 많이 줄었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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