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비밀』2010

<시> 11월, 낙엽

洪 海 里 2010. 2. 7. 17:37

 

11월, 낙엽

 

 洪 海 里

 

 

울며불며 매달리지 마라

의초롭던 잎의 한때는 꿈이었느니

때가 되면 저마다 제 갈 길로 가는 법

애걸하고 복걸해도 소용없는 일

차라리 작별인사를 눈으로 하면

하늘에는 기러기 떼로떼로 날고 있다

한겨울에 꼿꼿이 서 있기 위해, 나무는

봄부터 푸르도록 길어올리던 물소리

자질자질 잦아들고 있다

몸도 마음도 다 말라버려서

비상 먹은 듯, 비상을 먹은 듯

젖은 몸의 호시절은 가고 말았다

무진무진

살아 보겠다고 늦바람 피우지 마라

지빈至貧하면 어떻고 무의無依하면 어떠랴

어차피 세상은 거대한 감옥

너나 나나 의지도 가지도 없는

허공의 사고무친 아니겠느냐 

축제는 언제나 텅 빈 마당

파장의 적막이 그립지 않느냐

죽은 새에게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듯

모든 것이 멀리 보이고

나도 이제 멀리 와 있다

세상의 반반한 것들도 어차피 반반이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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