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洪 海 里
그 여자 귀에 들어가면
세상이 다 아는 건 시간문제다
조심하라 네 입을 조심하라
그녀의 입은 가볍고 싸다
무겁고 비싼 네 입도 별수없지만
혼자 알고 있기엔 아깝다고
입이 근지럽다고
허투루 발설 마라
말끝에 말이 난다
네 말 한 마리가 만의 말을 끌고 날아간다
말이란 다산성이라 새끼를 많이 낳는다
그 여자 귀엔 천 마리 파발마가 달리고 있다
말은 발이 없어 빨리 달린다, 아니, 난다
그러니 남의 말은 함부로덤부로 타지 마라
말발굽에 밟히면 그냥 가는 수가 있다
그 여자 귓속에는 세상의 귀가 다 들어 있다
그 여자 귀는 천 개의 나발이다
그녀는 늘 나발을 불며 날아다닌다
한번, 그녀의 귀에 들어가 보라
새끼 낳은 늙은 암퇘지 걸근거리듯
그녀는 비밀肥蜜을 먹고 비밀秘密을 까는 촉새다
'이건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이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 서울=연합뉴스. 2010. 05. 30.
홍해리 시인이 열여섯 번째 시집 '비밀'(도서출판 우리글)을 냈다. '눈' '설마' '타작' '빈집에는 그리움이 살고 있다' '새는 뒤로 날지 않는다.' 등 총 88편의 작품이 실렸다.
홍 시인은 1969년 시집 '투망도'를 내어 등단. 시집으로 '화사기' '무교동' '우해리 시선' '대추꽃 초록빛' '청별' '은자의 북' '난초밭 일궈 놓고' '투명한 슬픔' '애란' '봄, 벼락 치다' '푸른 느낌표' '황금감옥' '비타민' 등이 있으며 현재 사단법인 우리시진흥회 '월간 우리시, 우이시낭송회, 도서출판 움'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도서출판 우리글.138쪽, 8천원.photo4@yna.co.kr <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 포토 매거진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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