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여인黃金女人
洪 海 里
금값이 날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更新하고 있다
이제는 황금을 경신敬信, 아니 경신敬神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황금 여인을 모시기로 했다
여신 계약을 하고 여신女神으로 모시면
나의 신을 위해서면 무슨 거짓말을 못 하랴
도둑질이나 살인인들 하지 못할까
신을 벗은 맨발이면 또 어떠랴, 허나
나의 신腎은 이제 늙고 낡아서 축 처져 있다
저렇게 당당히 서 있는 여인을 보면
주눅좋아 펄펄해야 할 텐데, 이미
주눅이 들어 어쩔 줄 모르지만
이제 새 신神을 모시고 살리라, 그러면
신이 지펴 모든 것을 훤히 알 날이 오리라
얼마나 신이 나고 신명이 오를 것인가
새 신을 신고 폴짝 뛰어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허나 모든 것이 신臣의 잘못이옵니다를 되뇌며
함부로 손도 대지 못하고 신을 바라봐야 한다
황금만능 시대에는 황금이 신보다 확실하다
황금이 이제 절정에 다다랐다
내 여인도 절정이면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지만
절정絶頂은 내리막길이라 정절情節의 한숨뿐,
내 여신만 모시고 살면 안 될 일이 무엇이고
못 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해도
신을 아는 사람들이 더 지독하다 한다
신을 철석 같이 믿는 이들이 더 무섭다니
도대체 신은 무엇인가 철鐵인가 석石인가
아무래도 석장石腸이 못 되는 나는 신을 보내 드리고
당초의 빈손 빈 몸으로 살아야겠다, 바보!
비웃적거리지 마라 어처구니들아
성지 순례단이 되어 이곳으로 몰려오는
돈 사람들은 황금 여신 주위를 뱅뱅 돌다
돈이 아닌 돌이 되고 말겠지만…….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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