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날다
洪 海 里
웃는 걸까
우는 걸까
웃음이 울음 속으로 들어가고
울음이 웃음 밖으로 나오니
이승인지 저승인지 모를 일,
바람 따라 온몸을 흔들면서
때로는 허리 꺾어 몸을 뉘고
산이 떠나가도록 고함을 친다
그 소리에 문뜩 산이 지워진다
굽이치는 것은 은빛 강물 소린가
천파만파 파도 치는 소리인가
하늘과 땅이 구분 없이 흔들리고 있다
한여름 우렛소리 어디 가 잠들었다
눈물 마른 꽃잎 사이사이 반짝이고
굽이굽이 지나쳐 우는 듯 웃는 듯
우련우련 드러나는 산그림자
일장 춘몽을 깨우고 있는 것인지
추풍 낙엽을 쓸고 있는 것인지
울긋불긋 나뭇잎 다들 떠난 자리
바람 불 때마다 억새가 톱니를 갈아
칼날 같은 날개로 날아오르고 있다
희미한 달빛도 몸무게 많이 줄었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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