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 꽃길
洪 海 里
맥문동 꽃몽둥이 보랏빛으로
너에게 늘씬하니 얻어터져서
한 석 달 열흘 가량 눕고 싶어라
온몸이 시커멓게 멍이 들어서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못하고
푸르게 푸르게나 죽고 싶어라.
마음이 시려워도 울지 못하고
열나흘 열엿새쯤 그것도 칠월
달빛 받아 꽃보라 흐드러질 때
마음 한번 열기도 버거운 새야
꽃물 들어 하얗게 타 버리도록
지나새나 젖어서 취해 있어라.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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