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洪 海 里
가을 깊은 시월이면
싸리꽃 꽃자리도
자질자질 잦아든 때,
하늘에선 가야금 퉁기는 소리
팽팽한 긴장 속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머언 만릿길을
마른 발로 가고 있는 사람
보인다.
물푸레나무 우듬지
까치 한 마리
투명한 심연으로, 냉큼,
뛰어들지 못하고,
온 세상이 빛과 소리에 취해
원형의 전설과 추억을 안고
추락,
추락하고 있다.
[시가 있는 아침]
‘시월’
[중앙일보] ‘시월’-홍해리(1942~ )
가을 깊은 시월이면
싸리꽃 꽃자리도
자질자질 잦아든 때,
하늘에선 가야금 퉁기는 소리
팽팽한 긴장 속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머언 만릿길을
마른 발로 가고 있는 사람
보인다.
물푸레나무 우듬지
까치 한 마리
투명한 심연으로, 냉큼,
뛰어들지 못하고,
온 세상이 빛과 소리에 취해
원형의 전설과 추억을 안고
추락,
추락하고 있다.
투명한 보랏빛 구슬 자잘자잘 깨어진 사금파리. 여름내 반짝이던 싸리꽃 자지러든 자리 갈대꽃 피어 피어 은빛살 출렁이고. 금방이라도 끊길 듯 팽팽한 하늘 투명의 심연. 비스듬히 내리꽂히는 은빛 금빛 햇살 만릿길 떠나야 할 새들 하늘 길 긋는데. 우듬지 위태롭게 앉아 이별과 조락 예감하는 투명하고 씁쓸한 심사. 시월 한가운데 되풀이되는 가을 원형의 전설.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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