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비밀』2010

<시> 꿈속에서 너를 만나다

洪 海 里 2010. 2. 8. 17:25

 

꿈속에서 너를 만나다
- 詩

洪 海 里

 


분명 꿈이었다
꿈속이었다
나는 꿈길에 서 있었다
꿈속에서 만난 네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른아른 눈에 어릴 뿐
긴 머릿결
짧은 치마
까만 눈동자와 보드라운 입술
따뜻한 가슴과 엉덩이 그리고 종아리
바닷속으로 깊이깊이 가라앉았는지
머리맡엔 끝없는 백사장만 펼쳐져 있고
잡히지 않는 얼굴
너는 그렇게 갔다
청천벽력의 천둥과 번개
집채만한 파도는 해일을 몰고 오고
폭풍소리 잠들지 않는다
첫눈이 내린 시월 보름
저녁엔 달이 밝았다
쓰러지고 넘어지고 자빠지고 엎어지는
진수렁의 내 영혼을 위하여
너를 만난 것이 너를 보낸 것이란 사실을
미처 꿈속에서는 알지 못했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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