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사리
洪 海 里
삼각산 도선사 앞 산록
옛 암자터
백년 된 오동나무 성자가 서 계시다
한때는 까막딱따구리의 집이 되어 주던 나무
속살로 새끼를 품어 기르던 때
그때가 한때였을까
지금은 사리로 서서 화엄의 경을 펼치고 있다
자연의 조화를 보여 주기 위해
자연의 질서를 설법하기 위해
죽어서도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온몸이 하나의 흰 뼈다
천년의 자연은 이런 것이라고, 그리고
천년의 순환을 보여 주기 위해
평생 단벌로 살다 가신 스님
죽어서도 환하게 웃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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