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바늘과 바람

洪 海 里 2010. 2. 2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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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과 바람 / 홍해리

  

  내게 허공이 생길 때마다 아내는 나의 빈 자리를 용케도
찾아내어 그 자리마다 바늘을 하나씩 박아 놓습니다 한 개
한 개의 바늘이 천이 되고 만이 되어 가슴에 와 박힐 때마다
나는 신음으로 산을 넘고 강을 건너서 비인 들판을 달려 갑
니다 동양의 모든 고뇌는 다 제 것인양 가슴 쓰리며 하늘을
향하여 서른 여섯 개의 바람을 날립니다 이제까지는 그 바
람이 바람으로 끝이 나고 말았지마는 이제는 바람의 끝에서
빠알갛게 피어오르는 불꽃의 울음소리를 듣습니다 새벽녘 아
내의 아지랭이로 넘실대는 파도의 기슭마다 은빛 금빛 비늘
을 반짝이는 고기 떼들이 무수히 무수히 하늘로 솟구쳐 오릅
니다.

 

 

  洪海里 시집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1980)에서

 

* 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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