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산수유 시 3편

洪 海 里 2010. 2. 26. 07:42

 

 

산수유山茱萸

 

洪 海 里

금계랍 먹은 하늘
노랗게 무너져내리는
온 세상의 잠
비틀비틀 흔들리는
노오란 세상
허기진 춘삼월
한낮의 꿈.

          - 시집『투명한 슬픔』(1996)

 

 

 

아름다운 남루

 

洪 海 里

잘 썩은 진흙이 연꽃을 피워 올리듯
산수유나무의 남루가
저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깔을 솟구치게 한
힘이었구나!
누더기 누더기 걸친 말라빠진 사지마다
하늘 가까운 곳에서부터
잘잘잘 피어나는 꽃숭어리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소리
노랗게 환청으로 들리는 봄날
보랏빛 빨간 열매들
늙은 어머니 젖꼭지처럼, 아직도
달랑, 침묵으로 매달려 있는
거대한 시멘트 아파트 화단
초라한 누옥 한 채
쓰러질 듯 서 있다.

이 막막한 봄날
누덕누덕 기운 남루가 아름답다.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산수유 그 여자

 

洪 海 里


눈부신 금빛으로 피어나는
누이야,
네가 그리워 봄은 왔다

저 하늘로부터
이 땅에까지
푸르름이 짙어 어질머리 나고

대지가 시들시들 시들마를 때
너의 사랑은 빨갛게 익어
조롱조롱 매달렸나니

흰눈이 온통 여백으로 빛나는
한겨울, 너는
늙으신 어머니의 마른 젖꼭지

아아,
머지않아 봄은 또 오고 있것다.

                -시집『황금감옥』(2008)

 

* 위의 산수유는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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