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동백꽃

洪 海 里 2013. 3. 9. 00:12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洪 海 里

 

 

뚝!

 

 -시집『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홑동백꽃

 

洪 海  里

 

 

내가 한 가장 위대한 일은 너에게 '사랑해!' 라고 말한 것이었다

젖은 유서처럼

낮은 울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는 네 입술이 내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나를 덮는 한 잎의 꽃

아지랑이 아지랑이.

 

                       - 시집『독종』(2012. 북인)

 

 

 

 

예송리 동백숲

- 甫吉島

 

洪 海 里

 

 

나이 오륙십에 담배불이나 다독이고
잿불이나 살리려는 사내들은
겨울바다 동백숲을 와서 볼 일이다
떨어진 꽃송이 무릎 아래 쌓여
숯불처럼 다시 타오르고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은 먹어
다리께 이끼가 퍼렇게 돋고
허리도 불을 만큼은 불어
폐경을 했음직도 한 동백나무숲
저마다 더욱 왕성한 성욕으로
가지마다 꽃을 꽂고 모닥불로 타오른다
나이들수록 눈웃음이 곱고
잘 익은 보조개 샐샐거리며
저 막강한 겨울바다 파도소리
돌아오지 않는 사내들의 외침소리
맨몸으로 서서 가슴에 묻는
나이들어도 젊은 여자들이 있다
젊어도 늙은 사내들은
겨울바다 동백숲 앞에 서서
왼종일 동백꽃이나 볼 일이다
겨울바다나 바라볼 일이다.

            - 시집『淸別』(1989)

 

 

 

 

산다화山茶花

 

洪 海 里 

 

바다로 간
사내들
길 닦아 주려

넋이라도 
저승 가
편히 쉬도록

오동도
떼과부들
꽃등을 밝혀

바다 향해
소리치다
목이 터졌네.

            -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오동도

 

洪 海 里

 

 

 

동백꽃에 동박새

꽃 속에 꽃술

꿀 빨며 꿈에 취한

동박새 부부.

            -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동백꽃

- 보길도 시편 3

 

洪 海 里

 

 

기름기 잘잘 도는 섬 여인네
그녀의 정념보다 더 뜨거운 불

동백꽃이 피우는 불길은
기름 도는 초록빛

그 연기가 바다로 바다로 가서
섬을 만들고

섬마다 동백나무 불을 지펴서
떠도는 나그네 가슴 녹이네.

                    -시집『淸別』(1989)

 

* 동백꽃은 http://blog.daum.net/jib17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