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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연꽃의 상징과 미학을 배워라" / 전고필

洪 海 里 2011. 3. 3. 11:02

 
“저 연꽃의 상징과 미학을 배워라”
무안에서 연꽃과 만나며 드는 생각

 사찰을 찾으면 그곳에서 가장 오래된 것들은 의례 돌로 만든 유적들이다. 석불상이나 석탑, 부도, 석등, 석조 등이 그것인데 그들을 지지하는 받침은 대부분 연꽃이다.

 꽃이 위로 피는 것은 우러를 앙자를 써서 ‘仰蓮’이라 칭하고 아래를 향한 것은 엎드릴 복 자를 써서 ‘伏蓮’이라 한다.

 세월의 풍화를 당했어도 이 연꽃의 청정함은 늘 그대로인 듯 하여 반갑다. 환생의 의미를 가진, 진흙 속에서도 털끝만치도 더럽힘 없이 피어나는 연꽃은 그야말로 부처님의 생애를 대변하는 꽃이라 한다. 유가에서도 연꽃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지 않다. 주돈이는 이러한 연꽃을 흠모하여 애련설을 쓰고 군자를 상징하는 꽃이라 하였다. 맑고 깨끗이 한다는 뜻의 담양 ‘소쇄원’의 주인장인 양산보 또한 이러한 주돈이를 흠모하고 연못에 연꽃을 심었다고 한다.

 그런 연꽃은 이러한 정신적인 상징으로부터 시작하여 생활 속 곳곳에 다양하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사찰에서 그다지 보이지 않았던 연못들이 근래 들어 곳곳에 다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식품으로서 연과 관련한 것들이 다양하게 세상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연꽃이 갖는 그 자체의 쓰임에도 있지만 연꽃을 자신들의 심볼이자 활용가능한 자산으로 인식한 무안군의 기여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무안군 일로읍의 복룡지라 불리는 그곳은 애초 일제 강점기 축조된 저수지였다. 하지만 1955년, 인접한 마을 어르신의 꿈속에 등장한 12마리의 학을 대체해 하얀 연꽃을 저수지에 심었다. 그 때부터 연방죽으로서 생애를 시작했다. 33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이곳에 연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면 도처에서 관람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연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찾는 이들부터 인근에 마련된 원두막에서 더위도 피하고 경관 감상도 할겸 찾아오는 이들, 카메라 앵글에 연꽃의 화사함을 담으려는 이들, 수생식물의 생태를 관찰하고 아이들의 학습을 독려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행렬이다.

 폭염이 그치지 않는 날 그 연방죽을 찾았다. 축제가 열리고 있었고, 곳곳에는 연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었다. 특히 오리 보트를 타고 이 연방죽 안을 돌아보는 순례의 길이 고와 보였다.

 하지만 마음으로만 반겨했을 뿐 정작 스스로 체험하지는 못했다. 하여튼 그러는 사이 저 연꽃처럼 소박하면서도 지나치지 않을 아름다움과 청정함을 내 삶속에 내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은 떠나지 않았다.

 연꽃은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에 걸쳐 피어난다고 한다. 아직 그들이 피어나는 시간이 있으니 어느 서늘한 이른 새벽 연꽃이 세상을 향해 입을 벌리며 우주에 존재의 신비를 드러내는 생명의 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퍽”하면서 앙다문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그 순간을 만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여름 휴가철이 지고 있다. 전쟁처럼 피서를 떠나는 행렬 사이에 나 자신 또한 경주·담양·홍도·증도·여주 등을 전전긍긍했다.

 그러다 만난 무안의 연꽃에서 저들처럼 좀 기다림의 미학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그러고 보니 저 연의 씨앗들은 스스로를 피워 올릴 시간이 되지 않으면 씨앗 스스로를 단도리하여 몇백 년이고 기다리다 마침내 때를 만나면 새싹을 올린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2000년전의 유적지에서 캐낸 씨앗을 다시 발아 시킨 사례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백년 전의 씨앗을 발육 시킨 것이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되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모두가 느림을 얘기하면서도 바쁘게 움직이는 이 숨막힌 세상의 저 연꽃의 상징과 미학을 배워보는 그런 날들을 기다리는 것은 염치없는 소망일까.  전고필 <북구문화의집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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