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서평> 『洪海里詩選』을 읽고 / 안수길(작가)

洪 海 里 2011. 3. 9. 12:18

<서평>

 

『洪海里詩選』을 읽고 / 安 秀 吉(작가)

   - 14년의 시세계가 한눈에 / 이 새대의 비리, 모순 칼질 / 편안하면서도 강한 흡인력을 발휘

 

  1969년 시집『投網圖』로 문단에 발을 들여놓은 洪海里는 이번의 시선집을 포함해서 모두 아홉 권의 시집을 내는 것이 된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탐구당에서 탐구신서 275권째로 펴낸『洪海里詩選』은 저자의 신작시를 엮은 것이 아니라 등단 이후

현재까지의 시작품을 망라했다는 데서 새로운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이번의 저서 속에는 저자가 14년간 걸어온 시세계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기회가 담겨져 있는 셈이다.

7부로 엮어진 이 시선은 1부에『投網圖』, 2부에『花史記』, 3부에『우리들의 말』, 4부에『武橋洞』, 5부에『바다에 뜨는 해』,

6부에『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그리고 7부에는「能動과 受動」을 비롯한 근작시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의 1부에 해당하는『投網圖』시절의 그의 시세계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에서 소재를 찾으려고 애를 쓰면서도 표현기법에

있어서는 서구적인 치밀성을 보여 주고 있다.

「선화공주」「속리산」「보살사 풍경」「춘향」「아지랑이」등의 제목이 암시해 주듯 등단 초기에 그가 관심을 돌린 것은

동양적이고도 심미적인 시세계의 추구였다.

 

  70년대 중반기에 해당하는 2부의『花史記』시대에 와서도 그의 시적 관심사는 여전히 동양적인 것에 머물러 있었지만

탐미적인 순간의 포착과 섬세한 표현에 한층 익숙해지면서 이미지의 조형과 함께 존통적인 운율까지도 깊은 배려를 하고 있다.

 

물거품 말아올려

구름 띄우고

바닷가운데

흔들리는 순금 한 말

가슴으로 속가슴으로

모가지를 매어달리는 빛살

         - 「善花公主」부분

 

  이 작품을 두고 시인 金容浩 씨는 '옛 설화를 시화하는데 성공한 작품'이라 하였고 역시 시인 李永傑 씨는 '미의식과 미시적인

이미저리가 특징을 이룬다'고 했다.

  두 사람의 말 가운데서 우리는 저자 洪海里가 추구하는 시세계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동양적인 아름다움과 심미적인 시세계에 오래 머물러 있지 않고 4부의『武橋洞』시대서부터 서서히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궁

서울의 클리토리스

벌거숭이 강철 불빛과

미궁 속에서 암담하게 바스러지는

한줌 꿈인 모래알들---

              - 「武橋洞 · 15」의 일부

 

  시인이 보고 있는 세상, 시인이 느끼고 있는 시대를 무교동의 한 귀퉁이에다 오버랩시킨 것이다.

부정과 비리가 난무하는 사회, 이성과 지성이 허약해져 가는, 그리고 점점 잔인해져 가는 인간들

사이에서 시인이 느끼는 고독한 절망을 육성 그대로 외쳐댐으로써 이 시대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전통적인 소재로부터 현실사회로 눈을 돌린 변신의 동기가 어디 있든간에 洪海里의 시 속에는

여전히 생동하는 리듬과 투명한 구슬처럼 빛나는 어휘들의 조화가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있다.

날이 잘 선 칼로 정육을 베내듯 날카로운 붓으로 이 시대의 비리와 모순을 칼질하고 있는 洪海里의

시는 평이한 일상어의 선택과 조화로써, 그리고 버려지지 않는 신선한 리듬으로 해서 읽는 이들을

편안하게 하면서도 강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 충청일보 (198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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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시집『花史記』(시문학사, 1975)

 

 - 金永三 (시인, 충북대 교수)

 

 

  인간의식의 감각적 또는 정서적 내용들을 형상화하는 데는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일까.

현대 시문학의 특질을 이루고 있는 기법상의 문제는 메타퍼 즉 은유임에 틀림없다. 복잡 미묘한

현대인의 의식구조를 표출하기 위하여 그것은 가장 적절하고 개성적이며 자유로운 도구이기 때문이다.

물론 메타퍼의 질에 대해서는 엄밀한 비평과 평가가 내려져야만 할 것이다.

  洪海里 시인이 그의 제2시집『花史記』에서 보여 주고 있는 현란한 은유의 꽃송이들을

대하며 우리는 양질의 메타퍼란 무엇인가를 확인하면서 큰 즐거움을 맛보게 되고 또한 한국 현대시의

강한 가능성에 대해 확고한 신뢰를 가질 수 있다는 행복을 확인하는 기쁨을 갖는다.

  그의 빛나는 은유들이 서구詩에서 뿌리 없이 차용된 이미지들의 돌올, 생경, 난삽하지 않고

우리의 심미의식 속에 젖어드는 것은 그의 시정신이 우리의 소위 근원적 정서에 견고하게 접합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해 준다.

  그러한 동시에 그의 내성의 통찰은 예리하게 작용하여 그의 은유들이 단지 아름다운 말장난 환상이나

주부적呪符的인 무의미에 떨어지도록 내버려두는 일들을 용서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가 느끼는

존재에 대한 불안이나 상황에 대한 아픔은『花史記』도처에서 우리들에게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덕수 씨가『花史記』 서문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의식의 내외를 동시에 통찰하는 인식의 눈'을 그가 지니고 있음은 시인 자신을 위해서나

독자들을 위해서나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식의 내외의 벽을 허물고 정서와 지성을

개성적으로 접합시키는' 그의 상상력은 그가 구사하고 있는 양질의 은유와 함께 우리들에게

보다 더 폭 넓은 공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 洪海里 제2시집『花史記』, 시문학사刊, 국판 고급양장, 150면, 값 1,500원

  서문 : 문덕수, 발문 : 양채영

  작품「다시 가을에 서서」등 53편이 4부에 나뉘어 수록됨.

 

(충북대신문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