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시> 고독한 하이에나

洪 海 里 2019. 10. 2. 13:39


고독한 하이에나

 

洪 海 里

 

 


고독한 하이에나 한 마리 

순식물성인 내 마음속에 살고 있다

미친 여자의 웃음소리를 내고

기분 나쁜 비웃음을 흘리는

포유류 식육목의 청소부 하이에나

밤새도록 세렌게티 평원을 홀로 헤매다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다 깨곤 하는

외로운 하이에나

한다한 턱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상상과 공상과 망상의 뼈

물고 뜯고 깨물다 그만 지쳐버린

은빛 하이에나의 굶주린 울음소리

처절한 하이에나는

꿈속에서도 썩은 고기와

사자가 먹다 버린 뼈다귀를 찾아

날이 하얗게 샐 때까지 안 가는 곳이 없다

아침 해가 새빨간 혀를 내밀 때

살코기인 줄 알고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석 달 열흘 굶은 하이에나 껄떡대는 소리

아작아작 씹어대는 저 단단한 이빨과 턱

새벽잠을 잊은 나의 귀여운 하이에나는

백지 평원을 겅중거리며 헤매고 있다

명상의 맛있는 살코기를 찾아서.

 

  - 월간《우리詩》2019. 12월호.

                                                            빨간 구두


파란 가을하늘 가운데 빨간 구두가 눈길을 끕니다.

빨간색은 왠지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을 상징하는 빨간 하트, 고백은 빨간 장미, 어버이날에는 빨간 카네이션.

특별한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땐 한 번쯤 빨간 구두 어떨까요.

 
―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동아일보 2019.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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