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시> 한 줌의 비애

洪 海 里 2019. 10. 2. 13:40

 

 

 

한 줌의 비애

洪 海 里



때 씻어낼 두 말의 물과
마음 닦을 비누 일곱 개의 지방과
글 쓸 연필 아홉 자루의 연과
정신의 방 한 칸을 바를 석회와
불 밝힐 성냥개비 2,200개의 인과
방 소독할 DDT를 만들 유황과
뼈 흔들리지 않게 칠 못 한 개의 철로
평생을 수리하며 사는,

무한 임대로 빌려 살고 있는 집과
빨아 널지 못하고 입고 사는 옷과
남은 향으로 싸목싸목 지는 꽃과
쓰다 말고 놓아둔 미완성의 시와
길 없어 길 찾아 홀로 가는 길인,


오, 나의 몸이라는
한 줌의 비애여!



 * 애기동백은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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