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시> 소리꽃

洪 海 里 2011. 4. 22. 11:53

 

 

소리꽃

 

洪 海 里

 

 

땅이 포근히 품을 펼치자 

푸나무들 다투어 몰래 몸을 열어

온갖 색깔로 노래하는 것을 보고

하늘에서 새들도 소리로 꽃을 피워

몸이 젖어 색색거리고 있다

꽃을 피우는 것은

영원을 이어가는 일이어서

찰나의 꿈이 하늘과 땅에

천년의 사랑으로 꽂힌다

드디어 하늘과 땅이 하나

하늘연못에 화르르 내려앉는 꽃잎들

몸살 앓는 사람들 옆구리마다

소리 날개가 돋아

가벼운 발림에 추임새가 절로 난다

사람들 가슴마다 만공滿空이 되니

꽃 앞에서 절절한 마음으로 절하라

영원을 안고 꽃은 나비와 춤을 추고

새들은 이층 짓고 알살을 비벼 대니

바야흐로 소리꽃이 지천인 천지

사람들도 물이 들어 봄을 태우고 있다.

 

 

* 白冬柏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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