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
洪 海 里
엄마의 바다에 아빠가 처음으로
띄운 배가 나였다
열달 동안 오직 혼자만의 항해였다
엄마의 바다는 포근하고 따뜻했다
진통이란 이름으로
엄마의 배를 아프게 하고
드디어
엄마의 몸을 찢고 나는 나왔다
얼마나 아프셨을까
그래도 엄마는 행복했다 하셨다
뜨거운 탕 속에 들어가면서
또는 얼큰한 해장국을 들이켜면서
'어, 시원하다' 하는 어법이 아니었을까
"어, 시원하다!" 소리는 들리는데
엄마가 안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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