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아내새

洪 海 里 2011. 5. 18. 10:48

 

아내새

 

洪 海 里

 

 

 

한평생 나는 아내의 새장이었다

아내는 조롱 속에서 평생을 노래했다

아니, 울었다

깃털은 윤기를 잃고 하나 둘 빠져나갔다

삭신은 늘 쑤시고

아파 울음꽃을 피운다

이제 새장도 낡아 삐그덕대는 사립이

그냥, 열린다

아내는 창공으로 날아갈 힘이 부친다

기력이 쇠잔한 새는

조롱조롱 새장 안을 서성일 따름

붉게 지는 노을을 울고 있다

담방담방 물 위를 뛰어가는 돌처럼

온몸으로 물수제비뜨듯

신선한 아침을 노래하던 새는

겨울밤 깊은 잠을 비단실로 깁고 있다

노래도 재우고

울음도 잠재울

서서한 눈발이 한 生을 휘갑치고 있다.

 

- 시집『독종』(2012, 북인)

-《영원한 친구들》(2012.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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