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洪海里 시인 그는 누구인가 (2) / 김금용 시인

洪 海 里 2011. 7. 24. 05:46

 

 

 

 

洪海里 시인 그는 누구인가 / 김금용 (시인)

 

  장가도 가지 않고 직장도 없는 한 젊은이를 만났다. 사십이 넘은 나이에 여전히 책가방을 메고 온종일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며 시에 맞서는 보기 드문 열정파 전업시인을 만났다. 한참 위의 문단 선배들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막힘없이 펼쳐내는 당당함에 맞닥뜨렸다. 그런 건방진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견스럽게 받아주는 '우리詩' 대표시인님의 그 너른 헤아림과도 맞닥뜨렸다. 마치 사막에서 목마름에 헐떡이다 단물을 마시듯 시와 세상과의 관계에 대한 해결 방안을 어린아이처럼 자랑하기에 바쁜 그와 귀한 싹을 찾아낸 듯 감싸안으며 들어주고 계신 아버지 연세의 홍 회장님과 대좌한 모습이 충격적으로 내게 각인되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자기사랑에 빠진 열정적인 시인을 과연 얼마나 볼 수 있을까. 자신이 찾아낸 길을 향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걸어가는 이의 모습은 진정 아름답다.

 

  『우리시회』는 2007년 8월 하계수련회를 강릉에서 가졌다. 연곡해수욕장에서 시낭송을 마치고 소금강계곡의 한 펜션에서 짐을 풀었지만 아무도 잠자러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2박 3일 동안 모두 새벽 세 시까지 밤을 새웠다. 마치 수학여행을 온 고교생들처럼 육십을 넘으신 분들이 밤을 새우고도 끄떡없이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소금강 계곡으로 산책을 나갔다. 그러고도 아침 9시부터 바로 시작된 세미나 시간엔 한 명도 빠짐없이 세 시간여에 걸친 토론에 참석해 당신들의 시에 대한 견해와 당신들의 시 쓰기에 대해 털어놓았음은 물론이다. 이런 지치지 않는 건강과 정열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회적 지위와 나이와 체면을 다 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심취하는 시인들의 순수하고 맑은 영혼이 있기에 시인들은 세상 것을 갖지 못하였어도 추레하지도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놀이의 달인은 바로 이런 우리 시인들이 아닐까 싶다.

 

 

 

시도 때도 없어
세월이 다 제 것인 사람

 

 

집도 절도 없어
세상이 다 제 것인 사람

 

 

한도 끝도 없이
하늘과 땅 사이 헤매는 사람

  

죽도 밥도 없이
생도 사도 없이 꿈꾸는 사람.

 

 

                  - 洪海里의「시인」전문

 

 

 위 시는 그런 면에서 세상을 건너뛰고 비워낸 마음 하나로 자족하는‘시인'에 대한 단적인 표현이며 정의라고 본다. 직업란에 적기가 망설여져 끝내 무직이라 적고, 대출이나 보험 자격이 안 되며, 원고료로는 밥이 나오지 않는 현실이지만 누구보다 여유롭게 미소로 답할 줄 알며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둥글게 아름다워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 김금용 시인 약력
* 동국대 국문과 졸업. 중국 북경 중앙민족대학원 중문과 석사 졸업. 
*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 <광화문 쟈콥> ('98년 '고려원') 
       <넘치는 그늘>(2006년 '천년의 시작') 
       번역시집 <문화혁명이 낳은 중국현대시> 한.중대역판 <나의 시에게>   
* 2005년 중화봉사상 수상. 2006년 칭다오 명예시민. 2008년 펜번역문학상 수상.
* 현 <우리詩> 편집위원   
* 이메일:  poetrykim417@naver.com  rmadyd417@hanmail.com 
* 블로그: blog.naver.com/ poetrykim417  '넘치는 그늘'

 

 
*** 민문자 실버넷문화예술관장 mjmin7@silvernetnews.com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