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입춘을 맞는 마음 / 반기성

洪 海 里 2012. 2. 7. 18:11

<반기성의 날씨바라기> 스포츠서울 2012. 2. 3. (금)

 

 스포츠서울 2012. 2. 3. (금)

 

입춘을 맞는 마음

 

'겨우내 조용하던 햇살이 /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한다 /

깜짝 놀란 강물이 /

칼날을 번쩍이며 흘러가고 /

죽은 듯 움츠려 있던 나무들이 /

무거운 잠을 눈썹 끝에 달고 /

연초록 깃발을 꽃으며 /

시동을 걸고 있다'

               - 홍해리의 '입춘' 중에서

 

  입춘(立春)이 되면 북서의 매서운 바람이 잦아들고 해의 화살이 쏟아지면서 대지는 다시 살아난다. 강물이, 나무가, 새가 봄의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 이즈음에는 온기(溫氣)를 가진 모든 것들에 연분을 느껴도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는 아니다. 여전히 대지는 차갑고 눈이 덮여 있으며 바람은 칼날같이 매섭다. 봄이 왔으되 봄이 아니라는 '춘래불사춘'이라는 옛 말이 생각날 정도다.

  중국의 전한(前漢) 말기 때다. 절세미인으로 불리던 왕소군(王昭君)이 흉노족의 왕에게 시집갔다. 흉노를 달래기 위한 화친 혼인으로 한나라에게는 굴욕적인 사건이었다. 훗날 시인은 모래로 뒤덮인 흉노 땅에서 힘들게 살았을 왕소군을 노래했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몽고지역의 모래땅에 화초와 풀이 없을 테니 봄이 와도 봄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올 겨울은 가장 추워야 할 소한 대한을 지난 후 봄이 온다는 입춘 앞에 가장 추웠다. 2일 영하 17.1도를 기록했는데 서울지방의 경우 83년만의 혹한 타이기록이다. 우리나라만 추운 것은 아니다. 동유럽과 러시아는 혹한으로 수백명이 죽었다. 일본에 내린 4m의 폭설과 한파는 기록적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늦추위와 폭설이 지구촌을 몸살 앓게 만든다. 이젠 추위 예측도 하기 어려운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기후절기상으로는 연초를 설날이 아닌 입춘으로 본다. 입춘부터 우수까지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나누는데 초후에는 동풍이 불어서 얼어붙은 땅을 녹이고, 중후에는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말후에는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혹한과 눈보라가 몰아쳐도 봄이 땅 밑에서 기지개를 켜는 때이다.

예전에는 입춘 때면 대문에 '시화세풍 입춘대길(時和歲豊 立春大吉)'을 써 붙였다. 입춘을 맞아 나라 안이 태평하고 풍년이 들고 좋은 일만 있으라는 기원이다. 올해 세계경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축복 글처럼 우리나라 경제가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 복수초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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