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시> 죽비 / 김세형

洪 海 里 2012. 1. 18. 03:17

죽비 
- 洪海里 선생님의 「대나무론」을 읽고 

김 세 형 

 


입을 꿰매고 살아야 한다
대나무는 마디마디 입을 꿰매고 산다
그래서 평생 늘 온몸이 푸르다

그 텅 빈 푸른 몸 들어
양쪽 어깨 죽지를    
한 방씩 탁! 탁! 내려치면
죽었던 날개가 즉시 돋아나고
살았던 날개는 즉시 꺾여져 버린다

그댄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

즉시 대답하라!
왜 대답이 없는가?

이놈아!
대답 안 해도 개구즉착이다

탁!
탁!

아, 뼈마디 마디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저 푸른 날개들,

아, 마디마디 꿰매어 돋아나는
저 온몸의 푸른 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