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그 사람 이름이 뭐더라!

洪 海 里 2012. 1. 13. 03:51

 

그 사람 이름이 뭐더라!

 

洪 海 里

 

 

휴대전화를 냉장고 안에 넣어 놓고

줄곧 찾는다는 여자

버스 타고 나서 놓고 온 지갑을 찾는 사내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무릎 뒷쪽은 오금 또는 뒷무릎

팔꿈치 안쪽은 팔오금이라 하는데

어깨 안쪽 털이 난 곳을 뭐라 하지

'겨드랑이'가 어딜 가 숨어 있는지

사흘 낮 사흘 밤을 쥐어짰는데

다음 날 또 잊어버렸다

조금 전 그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손에 든 물건의 명칭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제 함께 술 마신 친구도 누군지 모르겠다

방금 들은 것도 금방 잊어버리고

한 말 할 말도 기억나지 않는다

시끄러운 세상이 싫어서일까

조용히 살고 싶어서일까

한적한 시골에 배꼽마당이라도 마련하고

마음껏 거닐며 놀아나 볼까, 그런데

그곳이 어디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오래된 나의 오늘이 깜깜하기 그지없다.

 

- 시집『독종』(2012, 북인)

-《영원한 친구들》2013. 11월호.(제191호)

 

* 박성환 님 손글詩.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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