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매화, 눈뜨다

洪 海 里 2012. 3. 30. 03:39

 

 

 

 

매화, 눈뜨다

 

洪 海 里

 

 

국립4·19민주묘지

더디 오는 4월을 기다리는 수십 그루 매화나무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서 있다

지난여름 삼복 염천의 기운으로 맺은 꽃망울

4월이 오는 길목에서

그날의 함성처럼 이제 막 터지려 하고 있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심상찮다

그날 젊은이들도 이랬으리라

지금은 관음觀音 문향聞香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방향을 잃은 벌들처럼

무심하게 걸음을 재촉하며 헤매고 있다

한 시인 있어

막 터뜨리는 꽃망울을 보며

절창이야, 절창이야, 꽃을 읊고 있다

연못가 버드나무도 연둣빛 물이 올라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때 되면 철새처럼 몰려와 고갤 조아리고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새대가리들

그날의 핏빛 뜨거운 함성은 들리지 않고

총선이 다가온 거리마다

떠덜새인 직박구리처럼 떼 지어 수다를 떨고 있다

나라를 구하라[求國]는 듯

먼 산에서 산비둘기 구국구국 구슬피 울고 있다.

 

- 시집『독종』(2012, 북인)

 

 

* 매화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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