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청명시편淸明詩篇

洪 海 里 2012. 4. 8. 04:08

 

청명시편淸明詩篇

 

洪 海 里

 

 

시의 첫 행을 찾아내듯

봄은 그렇게 온다

첫 행은 신의 선물이다

봄도 첫 행도 첫 입맞춤처럼 어렵게 온다

힘들게 와서 오히려 다디달다

신이 내려주는 은총일까

밤 새워 끙끙대며 애 낳는 일일까

헛구역질을 하다 하다 몸푼 아낙처럼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첫 행을 본다

봉긋하다 탱탱 불어 터지는 꽃망울

자글자글 봄빛에 우우우 입을 벌리고 있다

달싹달싹 흙을 들어올리는 새싹처럼

생각 하나가 나를 밀어올리던 기억이 파랗다

반어법에 젖어 있고 역설에 능한 일상에서

동틀 무렵 젖몸살 앓는 바람은 묻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시는 어떤 것인가?

꿈 깨는 시?, 절절한 절정?, 만만한 바닥?

퇴고하듯 집수리를 하고 있는

까치 부부의 목청이 청아한 봄날

청명시편에 매달려 목이 멘다, 나는.

 

- 시집『독종』(2012, 북인)

 

                                                             * 개복숭아 : http://b;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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