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이천변에 벚꽃이 한창입니다.
이 글은 2010년 봄에 바로 위의 꽃나무 아래서 쓴 글입니다.
어제 점심 후 한 시간을 꽃길 따라 걸었습니다.
벚꽃도 크기와 모양, 색깔도 다 달랐습니다.
나뭇잎도 색깔이 다른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이도원의 복숭아나무는 아직 꿈속에 들어 있는데
이곳의 복사꽃은 만개해서 요염함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2012. 4. 18.(수)
- 洪 遊
독작하는 봄 / 洪 海 里
앵앵대는 벚나무 꽃그늘에서
홀로 앉아 술잔을 채우다 보니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 절로 날리고
마음은 자글자글 끓어 쌓는데
가슴속 눌어붙은 천년 그리움
절벽을 뛰어내리기 몇 차례였나
눈먼 그물을 마구 던져대는 봄바람
사랑이 무어라고 바르르 떨까
누가 화궁花宮으로 초대라도 했는가
시린 허공 눈썹길에 발길 멈추면
사는 일 벅차다고 자지러드는 날
햇빛은 초례청의 신부만 같아
얼굴 붉히고 눈길 살풋 던지는데
적멸보궁 어디냐고 묻지 말아라
네 앞에 피어나는 화엄/花嚴을 보라
마저 피지 못한 꽃도 한세상이라고
꽃은 절정에서 스스로 몸을 벗는다
왜 이리 세상이 사약처럼 캄캄해지나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만 절로 날리니
달뜨는 마음 하나 마음대로 잡지 못하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 카페 '자연과 시의 이웃들'에서 옮김.(꽃달 님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