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서평> 아픈 시대의 헛점을 찌르는 개구쟁이 詩人 / 朴龍三(시인)

洪 海 里 2012. 5. 15. 15:22

 

아픈 시대의 헛점을 찌르는 개구쟁이 詩人

- 洪海里 시집『대추꽃 초록빛』

 

朴龍三 (시인)

 

 

  1969년 시집『투망도投網圖』이후, 열두 권의 시집(공저 포함)을 낸 다산의 시인 洪海里가 다시 열세 번째 시집

『대추꽃 초록빛』을 냈다.

  평소 말이 없는 편인 데다 웃음조차 인색한 洪海里는 임금님의 당아귀 귀를 본 이발사처럼 앞에서 하지 못한

말을 詩를 통해 지껄이고 있는 셈이다.

  이번에 펴낸 그의 시집『대추꽃 초록빛』에는 최근 그가 참여하고 있는 동인지<진단시震檀詩>와 몇몇 문학지에

발표한 근작시 60여 편을 싣고 있다.

  전권을 4부로 묶은 60여 편의 시는 묶여진 部別로, 각기 다른 素材와 技法을 택하고 있어, 끊임없이 변모를

시도하고 있는 그의 詩作業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제1부에서는 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하여, 그 속에서 느껴지는 절망과 허무를 노래했고,

  제2부에서는 모순과 비리 속에서 살면서, 나약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아픔, 시대의 허점을 찌르고 있는 반면에,

  제3부는 蘭을 비롯한 화초와 수목, 자연을 소재로하여 아직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인간 내부의 아름다운 심성을

찬미하고 있다.

  제4부는 <진단시> 동인들이 함께 추구하고 있는 '테마詩'를 통하여 역사의 거울 속에 오늘의 시대상을 비춰 보려는

실험성 다분한 작품들을 싣고 있다.

  60년대 초부터 시작없을 계속해온 저자 洪海里가 20여 년 이상 끊임없이 변모를 시도하면서 방황하던 끝에, 지금은

어디에 와 있는가를 이 시집은 보여 주고 있다.

  60년대 초, 善花公主와 같은 설화를 소재로 하여 환상적으로 엮어지던 그의 시가 60년대 후반부터는 시대의 아픔을

찌르는 비판적인 성향을 나타내다가, 요즘 들어 발표한「배비장」, 「정읍사」, 「서동요」, 「백결가」, 「말뚝이타령」

등과 같은 '테마詩'들에서는 그의 시작 초기에 천착했던 전통과 설화에로의 회귀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소재면에서의 회귀일뿐 기법의 회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심미적이고 환상적이었던 초기의 시작기법은 그의 근작시에 의해서도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날카롭고 비판적이며

직설적으로 변모해 왔다. 그리고 조금은 짓궂고 영리한 개구장이처럼 해학적인 일면도 가미되고 있다.

 

간드러지게

간드러지게

 

어릴 적 개울의 송사리 떼

고추를 건드렸다

 

톡 톡

 

앗사앗사

깜빡 죽기

                     -「주현미」부분

 

  가수 주현미의 음성과 율동 - 일종의 보디 랭귀지가 전달하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시 전체의 이미지나 언어선택의 적중 여부를 떠나, 엄숙한 자리에서 몰래 뀌는 방귀 소리를 들은 때처럼 참기 어려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구절이다.

  이러한 洪海里의 해학성은 제4부의 '테마詩'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동시에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동반하고 있다.

 

강남땅의 복부인은

아랫배가 남산이라

디룩대룩 오리걸음

졸부들과 해롱해롱

배뚱뚱이 어리보기

봉충다리 살찐돼지

넉살좋게 해롱댄다

몇 천 억은 한입이요

조변석개 졸속주의

속물주의 기회주의

               -「말뚝이타령」의 일부

 

  탈춤의 사설조에 맞춘 이 대목은 해학과 비판 외에도 거칠고도 질긴 입심을 보여준다.

 소재면에서는 시작초기로 회귀를 한 셈이나, 기법면에서는 80년대 초반 이후의 날카롭고 직설적인 비판의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설화와 고전에의 재도전, 비판과 해학을 함께 수용하는 표현기법 속에, 이 시인은 또 심심찮게, '고추, 현악기, 태반,

구멍, 물꼬, 성' 등과 같은 언어로 위장시킨(은유) 섹스를 삽입하여 독자들에게 분노와 웃음와 숙연함을 동시에

떠안겨 주고 있다.

                                         -『內陸文學』(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