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리 선생님의『시인이여 詩人이여』에 대한 감상
오늘 이 시간은 반가운 홍해리 선생님의 시집 발간을 축하하는 귀한 자리입니다.
더욱이 홍해리 선생님의 40년을 돌아다보는 이번 시선집은 그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제가 감히 선생님의 시 인생 반평생을 몇 마디라도 말한다는 것은 부담과 함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제가 2003년 처음 '우리시회'에 입회할 때, 우리시 입회를 축하한다는,
무슨 글씨인지 잘 알아볼 수 없는 날아가는 선생님의 필체를 보고,
저는 무식하게도 나도 글씨를 못 쓰는데 이분도 못 쓰시는 구나..라고 생각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납니다.
요즘도 가끔 선생님께서 제 글씨를 보고 이게 뭐냐고 하실 때마다 저도 지지 않고 선생님 글씨는 요..하고 오히려 제가 뭐라고
말대꾸를 하곤 합니다.
그런 시간이 오늘에 까지 이르게 되었는데요, 선생님에 대한 저의 작은 애정을 담아 미욱하나마 느낌을 보태보고자 합니다.
시집 제목인 ‘시인이여 詩人이여‘는 언뜻 읽으면 시를 쓰는 시인에 대한 당부 같기도
하고 시인들을 향한 외침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 저는 홍해리 선생님 자신이
자신을 애타게, 혹은 아득하게 부르고 계시는 가볍지 않은 비명처럼 읽혀졌습니다.
누구나 자기 목소리로 자기 자신을 불러보던 경험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시집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그 중에서도 꽃, 또 그 꽃 중에서도 난에 대한 유별난 애착과
사랑을 과감히 보여주고 계시는 선생님의 시에서 저는 왜 꽃을 보지 못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독한 사랑으로 일관하고 계시는 고집과 그 사랑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선생님 자신에 대한 한계와 절망을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종종 선생님을 뵐 때마다 외로워 보였던 이유의 답이 될 것 같습니다.
꽃이 피는 괴로움 앞에서도
아픈 것은 영원히 아프게 아프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선생님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시인의 운명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바람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중-)
제 몸을 바쳐
저보다 강한 칼을 먹는
숫돌이 되고자 하지만 (-숫돌은 자신을 버려 칼을 벼린다 중-)
그 해 여름/ 혼자/ 빨갛게 소리치는
저 장미꽃더미 아래/ 나는 / 추웠다네
한겨울이었네/ 라고 무너져 우는 한 사내를, (초여름에서 늦봄까지 중-)
홍해리는 어디 있냐고 물으면
해종일/ 까막딱따구리와 노는
바람과 물소리/ 새벽마다 꿈이 생생한
한 사내가 끝없이 가고 있는
행과 행 사이/ 솔밭 옆 마을/ 에 있다고 소리치고 싶으면서도
네 앞에 서면/ 그냥 배가 부른
그렇게 잿물 같은 애인/
고독 속에 침묵으로 끌어안고 있는 / (- '독' 중-) 독하고 독한 사내를 봅니다.
뜨거운 눈물로 한 겹 한 겹 옷을 벗고
한평생 떨며 떨며/ 소리로 가는 길마다
울고 싶어서/ 지잉 잉 울음꽃 피우는/ (-방짜징 중-)
언제나 배가 고픈 사랑은 실은 아주 오래 전,
생명의 속삭임과 격량으로 우는,
북한산 물소리에 눈을 씻고
새소리로 귀를 채워/ 바람소리, 흙냄새로 마음 울리/ 던 (-은자의 북/1992)/
그때, 이미 멈출 수 없게 되어버린 선생님의 영혼의 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울리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갈지 않으면 벨 수 없는,
태우지 않으면 탈 수 없는, 또 흐르지 않으면 품을 수 없는
선생님의 그것들은 더욱 선생님을 고독으로 내몰고, 완강하고
독선의 사랑으로 결국 또다시 선생님을 세우고 피우고 이끌고 가리라는 예감이
환해지는 이번 시선접은 선생님의 내밀한 고백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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