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汝自灣
洪 海 里
여자만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남자도 사람이란 말인가
혼자 마신 소주 한잔으로
흔들리는 뱃전에서
노을 기둥은 바다로 기울고
바다를 철썩철썩 울리고 있는
여자만에서 온 여자, 이미례 감독
그녀가 인사동 골목을 환히 밝히고 있다
인사동은 여자만 사는 동네가 아니라는 듯
그녀는 등대처럼 서 있는 것이다
소줏잔에 고개를 떨어뜨린 사내들
등대를 향해 힘겹게 항해를 하고 있다
젓가락은 노처럼 바다를 가르고
이미 젖어버린 돛폭은 바람에 무겁다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사내들은 여자만 주위를 맴돌다
칠흑의 바다에 침몰하고 만다
아, 하루의 고단한 노동이 잠속에 눕는다
내일도 태양은 바다를 가르고 떠오를까
사내들의 꿈은 무겁기만 하다
잘 가라 잘 가라 나의 하루여 노동이여!
* 이미례 : 여류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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