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시> 꽃무릇, 꽃을 위하여

洪 海 里 2012. 10. 12. 04:34

 

 

꽃무릇, 꽃을 위하여

 

洪 海 里

 

 

한겨울 내내 눈감고 누워

허위허위 널 기다린 세월이었다

너는 어디쯤 오고 있는가

텅 빈 지상은 햇빛 찬란한 지옥이구나

몇 번이나 달이 부풀었는지

그러다 소리 없이 봄날이 갔다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라고

뜬눈의 한 생, 목탁소리 한 번 들은 적 없으나

절명의 삶은 결코 죽은 것이 아니지만

나 없는 세상 푸른 울음 사라지고

통곡 같은 불꽃으로 넘쳐나리라

때늦게야 솟아오를 널 참지 못하고

내가 떠난 세상 부디 극락이거라

올해도 하릴없이 나는 돌아간다, 이제

여름내 탈옥을 꿈꾸는 외로운 잠에 들리라

영원히 못 이룰 상봉의 천년 꿈을 위하여.

 

 

                   * 위의 꽃무릇[石蒜]과 아래의 相思花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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