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꽃 피고 지고
洪 海 里
심학규가 왕비인 딸 청이 앞에서
눈을 끔쩍끔쩍하다 번쩍 세상을 보듯
매화나무가 겨우내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 아니라
천 등 만 등이 하나 둘 켜지면서
가지마다 암향暗香이 맑고 푸르다
다글다글 꽃봉오리가 내뿜는 기운으로
어질어질 어질머리가 났다
계집이 죽었는지
자식이 죽었는지
뒷산에서 구성지게 울어 쌓는 멧비둘기
봄날이 나울나울 기울고 있다
시인은 매화꽃이 두근두근댄다고 했다
꽃 터지는 소리가 그만 절창이라고 했다
한 사내를 사랑한 여인의 가슴이
삼복三伏 염천炎天이어서
두향杜香이는 죽어서도 천년
매화꽃 싸늘하게 피우고 있다.
- 시집『독종』(2012,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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