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매화꽃 피고 지고

洪 海 里 2013. 7. 2. 19:24

매화꽃 피고 지고

 

洪 海 里

 

 

심학규가 왕비인 딸 청이 앞에서

눈을 끔쩍끔쩍하다 번쩍 세상을 보듯

매화나무가 겨우내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 아니라

천 등 만 등이 하나 둘 켜지면서

가지마다 암향暗香이 맑고 푸르다

다글다글 꽃봉오리가 내뿜는 기운으로

어질어질 어질머리가 났다

계집이 죽었는지

자식이 죽었는지

뒷산에서 구성지게 울어 쌓는 멧비둘기

봄날이 나울나울 기울고 있다

시인은 매화꽃이 두근두근댄다고 했다

꽃 터지는 소리가 그만 절창이라고 했다

한 사내를 사랑한 여인의 가슴이

삼복三伏 염천炎天이어서

두향이는 죽어서도 천년

매화꽃 싸늘하게 피우고 있다.

- 시집『독종』(2012,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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