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책길에서
洪 海 里
가을 길에 나서면 각자各自가 되어
조금은 쓸쓸하고 가슴 저릿하거라
도담도담 자란 쑥부쟁이나 구절초
아릿하게 피어 있는 곳이라도
길이란 본시 없는 것이라서
바람은 몸의 구멍에 들지도 않고
그냥 솨아, 솨아! 새어 나가는데
서성이듯 느럭느럭 걷다
발걸음 머물다, 훠이훠이 걸어라
동섬東閃하고 서홀西忽하지 마라
비우고 버림이 힘이라는 것을
일러주는 나무들
앙상한 가슴으로 느런히 서 있다고
눈물겨워하지 마라
시의 행간을 읽듯 살펴야 각자覺者가 된다
성한 그물 모두 찢어 버리고
가을걷이 끝났으니 가을 거지 되거라
한여름 시위 났던 물 위 가을볕 더욱 맑다.
- 계간《예술가》2013. 가을호.
* 구절초
* 쑥부쟁이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 구절초와 쑥부쟁이의 차이
1. 구절초 : 꽃이 흰색 혹은 연한 분홍색/ 꽃잎이 국화처럼 통통함/ 한 줄기에 꽃 한 송이가 핌/ 향이 강함.
1. 쑥부쟁이 : 꽃이 연보랏빛/ 꽃잎이 길고 가늘음/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한 줄기에 많은 꽃이 핌/ 향이 별로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