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시> 시 또는 시집 읽기

洪 海 里 2012. 10. 25. 04:32

 

시 또는 시집 읽기

 

洪 海 里

 

 

 

무시로 날아오는 시집을 펴고

시를 읽다, 시집을 읽다

시는 보이지 않고 시집만 쌓여 간다

 

"가슴 속이 보이는 온 몸을 품고

제 자리에 가로선체 꼼짝도 안고있다

가랭이 가까히 낭떨어지 꺼꾸로 날으는

눈꼽 달고 있는 눈섭의 놈팽이

갑짜기 갈려고 하는 데 담배 한 개피 물고

너무 맛있는 것 같아요! 너무 아름다워 보여진다며

만난지 10 년된 불안 인것을 어찌하지 못하는

ㅇㅇㅇ 시인께,

저자 혜존"

 

오서낙자誤書落字와 잘못된 띄어쓰기만 주어먹다

마침내 시를 잃고 시집을 덮어버린다

시가 없는 시집을 나에게 시집보낸 것이다

시집올 수도 없는 열두 살배기 소녀

나는 시를 사랑하는 신랑인 시랑詩郞이어서

어쩔 수 없이 시집을 안고 한 겹 한 겹 옷을 벗긴다

그러나 아름다운 행간行間을 읽기도 전에, 이미

날개옷 같은 시는 다 날아가 버리고

땔나무만 모아 놓은 시집

껍데기만 남아 바들바들 떨고 있다.

 

 

              - 월간《우리詩》2014.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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